마켓인사이트 1월6일 오전 7시12분

공모주 수요예측에는 “사겠다”며 참여해 놓고 막상 청약은 하지 않는 ‘얌체’ 해외 기관투자가들 때문에 공모 기업과 증권사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이들 ‘얌체’ 해외 기관투자가 중에는 외국 기관을 가장한 한국 투자자도 많은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모주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로 지정된 기관투자가 20곳 가운데 90%인 18곳이 해외 기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수요예측 및 공모를 진행한 CS윈드에는 해외 기관투자가 11곳이, 지난해 7월 화인베스틸에는 4곳이 수요예측 참여 후 공모기간에 청약하지 않거나 돈을 납입하지 않았다.

기관투자가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한 뒤 청약하지 않으면 해당 공모주 물량은 청약 업무를 맡은 증권사가 떠안아야 한다. 증권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사들인 공모주를 대부분 기업 상장 직후 처분하기 때문에 공모기업 주가에도 악영향을 준다.

이런 얌체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대부분 국내 증권업계엔 생소한 이름이다. 회사 명칭에 한국인 성씨로 추정되는 ‘Choi’가 들어가 있는 등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에 세운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많다. 설립 지역도 주로 바하마, 케이맨군도 등 조세피난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상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한국인이 지난해 홍콩에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이곳 명의로 공모주에 투자해 최대 200%의 수익을 올린 사례가 포착되기도 했다.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 기관 명의로 투자하면 각종 혜택을 볼 수 있다.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가로 청약하면 증거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배정받을 수 있는 공모주 물량도 늘어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위장 외국 기관투자가를 등록 단계에서 차단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와 법규 개정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