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급속한 고령화 때문에 노동력 부족현상이 심화되면서 건설, 운수 등 ‘금녀(禁女)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직종에 여성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예전에는 일본 내 여성 트럭운전사를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화물운송업체 시미즈운수의 경우 현재 여성 트럭운전사가 180명에 달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4~65세)는 지난해 10월 7780만명으로 2006년 말보다 7% 감소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인 유효구인배율은 지난해 11월 1.12배로 22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구인난이 심해진 기업들이 여성 인력으로 눈을 돌리면서 지난해 10월 기준 생산가능 여성의 고용률은 사상 최고인 67%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일본 내 여성인력 활용이 부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아베노믹스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에 여성 고용 확대를 포함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여성이 빛나는 사회 만들기 본부’를 발족하고 육아 지원, 재취업 강화 방안 등을 내놨다. 오는 3월에는 출산 후 퇴직 여성을 위한 재취업 전용 홈페이지 ‘여성의 도전 응원 플랜’을 가동할 예정이다. ‘여성 활약 추진에 관한 법’(가칭)을 제정하고 2020년까지 중간간부 이상 여성 비율을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도 정했다.

상장사는 올해부터 임원의 남녀 비율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일본 내 여성 임원이 있는 상장사 비율은 2013년 13%로, 프랑스(99%) 미국(85%)은 물론 신흥국인 인도(57%) 브라질(42%)보다 턱없이 낮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개최한 ‘여성이 빛나는 사회를 향한 국제심포지엄’을 매년 정례화하기로 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