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집을 방문한 여성 부하 직원에게 ‘자고 가라’며 손목을 잡아 추행으로 기소된 직장 상사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일부에서는 “대법원이 성 문제를 너무 관대하게 보고 있다”고 반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불구속 기소된 A씨(61)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발표했다.

A씨는 2011년 필요한 물건을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집을 방문한 부하 직원 B씨(52)에게 “잠깐 있다 가라”며 술을 건넸다. 이어 자신이 있는 침대방으로 들어오게 한 뒤 담배를 권하기도 했다. 어색함을 느낀 B씨가 “가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일어나자 A씨는 B씨의 손목을 세게 움켜쥐고 당기면서 “자고 가요”라고 말했다.

이 사건 원심은 A씨의 행동이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를 인정,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A씨가 접촉한 손목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라고 하기 어렵다”며 “손목을 잡은 것은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B씨를 다시 자리에 앉히려고 한 행동이고 쓰다듬거나 안으려고 하는 등 다른 행동으로 나아가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