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號, 박주영 빼고 이정협 '깜짝 발탁'
박주영(알샤밥)의 이름은 없었다. 그 자리에 이정협(상주 상무)이라는 ‘깜짝 카드’가 들어왔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사진)은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내년 1월9일 호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안컵에 출전할 선수 2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최대 관심사는 원톱의 구성이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섰던 김신욱(울산)과 이동국(전북)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누가 공격진의 공백을 메울 것인지에 이목이 쏠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모험을 선택했다. 홍명보 감독 시절 중용됐던 박주영을 제외하고 이정협을 깜짝 발탁한 것. 이정협은 지난 21일 제주에서 열린 자체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기록했다. 조영철(카타르SC)과 이근호(엘 자이시)도 최전방에 이름을 올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은 A매치 경험이 없고 구단에서도 백업 요원이지만 훈련 과정에서 가능성을 봤다”며 “선수 소집은 훈련 태도, 그라운드에서의 경기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전형적인 타깃맨을 고르다보니 박주영을 최종적으로 제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주영은 지난 10월 알샤밥 유니폼을 입은 뒤 7경기에 출전해 1골에 그쳤다. 이정협은 “군인 신분으로 국가를 위해 뛰게 돼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또 불과 7개월 만에 다시 꾸려진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절반가량을 바꿨다. 5월 발표된 브라질 월드컵 국가대표 23명과 비교하면 11명이 물갈이됐다.

중원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브라질 월드컵에 나갔던 선수 가운데 김보경(카디프시티) 박종우(광저우 푸리) 지동원(도르트문트) 하대성(베이징 궈안)이 빠졌고 그 자리에 남태희(레퀴야) 김민우(사간 도스) 한교원(전북) 이명주(알아인)가 들어갔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교원에 대해 “열정이 강하며 대표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퍼뜨릴 수 있는 선수”로 기대했다. 이명주에 대해선 “소속팀이 아랍에미리트(UAE)리그 1위이며 매 경기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비진에서도 네 명이 새 얼굴로 바뀌었다. 윤석영(퀸스파크 레인저스) 이용(울산)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 등 네 명이 제외됐다. 그 자리에 김주영 차두리(이상 서울) 김진수(호펜하임) 장현수(광저우 푸리)가 들어왔다. 골키퍼도 브라질 월드컵에 나갔던 이범영(부산)이 고배를 들면서 그 자리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차지했다. 김진현은 지난달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팀은 비록 0-1로 졌지만 눈부신 선방을 펼치며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한국은 호주에서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꿈꾸고 있다.

한국은 1956·1960년 아시안컵 1·2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개최국 호주를 비롯해 오만, 쿠웨이트와 함께 A조에 속했다. 슈틸리케호(號)는 내년 1월10일 오만, 13일 쿠웨이트(이상 캔버라), 17일 호주(브리즈번)와 차례로 조별리그를 치른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