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관춘·상하이 등 찾아 신성장동력 모색…"중국은 위협이자 기회"
레이쥔, 중국시장 장악 비결은 '인터넷 사유' 조언

세계 시장점유율 1위 분야만 1천485개(2012년 기준), 한국보다 7배 큰 경제규모….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하며 미국을 맹추격하는 오늘날 중국의 모습이다.

선진국 제품을 무분별하게 모방하며 '짝퉁 천국'으로 불려온 중국은 이제 스마트폰, 자동차, 조선해양, 석유화학 등 한국이 오랫동안 주력수출 품목으로 자랑해온 분야에서도 앞서가기 시작했다.

많은 전문가는 새해에도 중국의 도전이 더욱 거칠게 다가올 것으로 전망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이제는 한국도 전선을 넓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고민할 만큼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7월 취임한 최양희 미래과학부 장관이 17∼20일 샤오미(小米), 알리바바, 텅쉰(騰迅·텐센트), 레노버 등 IT 공룡들을 앞세워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는 중국을 찾은 것은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모색해보려는 것이었다.

최 장관은 이번 방중을 계기로 한중 양국이 IT 분야에서 상호공존과 협력을 모색해나가는 취지에서 '케이텍 차이나(K-Tech China) 2014' 행사를 올해 처음으로 베이징에서 열고 완강 중국 과학기술부 부장 등을 만나 '산학연 공동 연구 프로그램' 추진에 관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그러나 그의 중국방문 동선은 중국의 IT발전현황을 둘러보고 '폭발적인 성장'의 비결을 탐색하는데 초점이 모아졌다.

특히 올 한해 한국기업들에 심각한 위기의식을 심어준 주인공인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雷軍·45)이 최 장관의 집중적인 '취재대상'이 됐다.

수년 전만 해도 '짝퉁 아이폰'으로 무시당한 샤오미는 올해 3분기에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로 부상했다.

중국시장에서는 창사 4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19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샤오미 본사 회의실에서 레이쥔을 만난 최 장관은 40여 분간 비약적인 성공 비결 등에 대해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레이쥔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큰 점유율을 가진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전쟁터'에 비유하며 "(성공 비결은) 하드웨어에 대한 접근방식을 바꾸고 인터넷에 대한 접근방식을 바꾼 점"이라고 대답했다.

또 이용자들 요구를 적극 수용해 샤오미가 개발한 운영체제(MIUI)를 수시로 업그레이드하고 타사 휴대전화 고객에게까지 이 운영체제를 개방한 것이 시장에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 사유(사고방식)'라는 개념도 강조하며 "이런 운용모델이 있었기에 샤오미는 타사의 절반 가격으로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 장관은 샤오미 성장 과정에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도움을 줬는지도 물었다.

레이쥔은 이에 대해 "중관춘(中關村)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정부가 자격을 갖춘 모든 기업에 공평하게 지원하는 제도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는 뜻이다.

최 장관은 이날 중국 IT산업발전의 산실이자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과 중국 최고의 이공대학인 칭화(淸華)대의 산학연구 국유기업인 칭화홀딩스 등도 탐방했다.

현지에서 창업한 우리 기업인들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여기에 뿌리를 내리는 것은 대단한 용기로, 가장 올바른 접근방식"이라며 한국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한국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의 제작사 관계자가 자신과 만났을 때 "중국에서 그렇게 '대박' 날 줄 몰랐는데 계약을 (저렴하게) 했다"며 하소연한 일화를 소개하며 사전에 중국시장을 철저히 파악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 장관은 귀국 직전 상하이(上海)도 찾아 중국 최대 연구개발기지인 장강하이테크파크 등도 둘러봤다.

그는 중국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방중 과정에서 보고들은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며 "귀국하면 관련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세계 IT시장에서 골고루 잘하고 있는 중국은 우리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중국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