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국제시장’의 윤덕수(황정민 분)과 오영자(김윤진 분)과 같이 춤을 추고 있다. 한편 국제시장 호빗은 박스오피스 1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사진 = ‘국제시장’ 스틸컷)



영화 ‘국제시장’에서 덕수(황정민 분)는 흥남부두에서 아버지(정진영 분), 막순이와 생이별을 하고 월남한 이후 어머니와 동생들을 건사하며 생활전선에서 고군분투한다. 덕수는 자신들을 고통스럽게 한 한국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적어도 관심이 전혀 없다. 오로지 막순이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려 그것을 만회할 생각뿐이다.



덕수 일가는 고모가 자리를 잡고 있던 부산국제시장에 정착했지만 살림살이는 녹록치 않았다. 때문에 가족의 생계를 위해 그는 눈물을 머금고, 독일광부 파견사업에 지원한다. 고독과 고된 광부생활을 어렵게 마치고 무사생환 했지만, 그의 살림 형편은 다시 또한 베트남전쟁후방사업에 참여하게 한다. 그는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다리에 총상을 입는다.



물론 그는 베트남 전쟁이 왜 일어났고, 베트콩이 어떤 이들인지 관심이 없다. 다만, 베트남은 위험한 곳이지만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점과 베트콩은 생명을 위협한 존재들일 뿐이었다. 그는 가족을 위해 필요한 수입 잡화상의 인수에 마침 오매불망 기다리던 해양대학교 등록금을 보태야 했다. 평생 그가 염원하던 선장의 꿈을 그렇게 날려 버린 그가 가족을 위해 분투했던 것은 월남하지 못한 아버지의 엄명을 그대로 따르려 했기 때문이었다.



여기까지만 살펴도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우선, 아버지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삼았으며, 그들이 가족을 위해 어떻게 희생했는지 감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는 지난 과거사를 되짚어보는 ‘회고담 콘텐츠’가 대중흥행을 위해 제작되는데 다만, 어떤 캐릭터를 중심에 둘 것인가가 관건이 된다. 즉, 어머니와 아버지 가운데 양자택일을 하게 되는데, 영화 ‘국제시장’은 아버지를 선택해 영화 ‘나의 독재자’ 등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것과 궤를 같이한다.



영화 ‘수상한 그녀’가 어머니 코드로 대중흥행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엄밀하게 보면, 영화 ‘국제시장’은 부자의 이야기다. 나아가 가족을 책임져야 했던 아들이자, 아버지, 남편의 이야기이다. 극장에 잘 가지 않는 남성들을 적극 포용하고 있는 영화인 셈이다.



이로써 천만관객을 겨냥한 영화임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남성성 코드만 가지고는 곤란하기 때문에 영화의 대중흥행에서 필요한 로맨스와 전쟁, 성공코드 여기에 가족애, 실버 코드가 덧붙여 있다.



사람은 홀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사회적 토대 위에서 존립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삶을 영위할 때 사회 환경과 개인의 상호작용을 간과하고는 그 본질을 올바로 짚어낼 수 없다. 20세기를 살아낸 한국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한국인들의 지난 삶을 말하려면 상징적인 사건들을 통해 그 구조를 짚어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주체에 따라 논란의 대상이 된다. 논란의 대상은 자연스러운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 몰입을 방해할 요인은 대중흥행 작품 즉, 국민 영화에서 방해가 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영화 ‘국제시장’이 그 목적이 매우 분명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 목적에 방해가 될 만한 요소는 제거하게 된다. 그 목적에 따라 한국전쟁이 좌우대립과 국제정치학적으로 어떻게 일어났는지, 4.19혁명이나 군사쿠데타, 군사독재, 민주화운동, 베트남 전쟁의 본질에 대해서 주목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이런 요인들은 정치적인 사항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영화 ‘국제시장’이 간과한 점이 있을 수 있었다. 다양한 흥행코드를 버무려놓았지만, 작품성에 대한 평가부분에서 중요할 수 있는 현대사의 통찰을 아예 배제해 버렸기 때문이다.



덕수라는 캐릭터로 형상화된 현대사 속 서민의 삶은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분투한 사실일 것이다. 아버지를 향한 절절한 호소는 이를 잘 말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덕수라는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는 관객들은 사회나, 역사, 정치적인 맥락에서 거리를 두고 한 개인의 지난 삶에 주목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해도 개인과 개인의 가족을 위한 행위가 단지 열심히 살았다는 이유로 모두 합리화될 수는 없음이 분명하다. 나치나 군국주의자들도 개인과 그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냈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대중추수적인 작품은 무난하게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지만, 그것은 사회 역사적 차원의 작품성을 대중흥행성적과 바꾼 결과다. 물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것은 욕심일 수 있음은 언제나 주지의 사실일 게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19일 발표에 따르면 영화 ‘국제시장’이 ‘호빗: 다섯 군대 전투’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국제시장’은 전국 955개 스크린에서 19만 8784명을 동원, 누적관객수 41만 6819명을 기록했다. ‘국제시장’ ‘호빗: 다섯 군대 전투’가 1위를 두고 경쟁 중인 가운데 3위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차지했다.(편집자 주)
편집국기자 wowsports08@wowtv.co.kr
한국경제TV 핫뉴스
ㆍ김구라 공황장애 발단된 아내의 빚보증, "도대체 얼마길래?"
ㆍ김혜자 손석희, 소녀와 깍쟁이의 대화 … 나이 들수록 수치심 없어지고 이야기가 많아져
ㆍ로또 1등 당첨자, "자동은 미친짓이야!" 폭로!!
ㆍ‘유럽파 종합’ 류승우 결승골, 이청용 결승골 도움
ㆍ서울시 내년 예산 25조5천억 확정‥올해보다 1.1조원↑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