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통화위기] 低유가의 '저주'…신흥국 금융시장 '외환위기 再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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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자산 투자심리 급랭…원자재 수출국 비상
브라질·터키·인도네시아 통화가치 급락
美 기준금리 인상 땐 '대폭락 사태' 우려
브라질·터키·인도네시아 통화가치 급락
美 기준금리 인상 땐 '대폭락 사태' 우려
◆신흥국 금융시장 패닉
대외 수입의 95%를 원유 판매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는 1년 내 국가부도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베네수엘라가 12개월 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직면할 가능성이 97%에 달한다고 데이터 전문 분석 기관 CMA의 전망을 인용해 보도했다.
동남아시아 신흥국 통화도 외국인들의 매도공세에 급락했다. 이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치는 달러당 1만2689루피아로 1.5% 하락하며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말 무역대금 결제를 위한 달러수요가 몰린 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을 이탈한 영향이 컸다. 태국도 바트화가치가 이날 0.3% 하락하면서 1월 이후 가장 낮은 달러당 33.06바트로 떨어졌고, 10년물 국채 가격은 2010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증시도 15일, 16일 이틀 연속 1~2%대의 급락세를 보이는 등 통화가치와 채권가격, 주가가 모두 하락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솜마이 파세 태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투자자들은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가 폭락으로 촉발된 러시아 금융위기가 태국과 베네수엘라, 브라질에 이르기까지 신흥국의 주식과 채권, 통화가치 추락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금리 인상까지 ‘첩첩산중’
신흥국의 돈줄이 되고 있는 국제 유가는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배럴당 60달러가 무너지면서 50달러대 중반까지 바닥없는 자유낙하(free fall)를 지속하고 있다. 16일 북해산 브렌트유 1월물은 런던원유거래소(ICE)에서 전일 대비 3.3% 하락한 58.53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를 밑돈 것은 200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 전자거래에서 배럴당 55달러 밑으로 밀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과 일본, 유럽의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저유가의 마법’은 없을 것”이라며 최근의 유가 급락이 경기부양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저유가가 원유 수입국의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산유국 경제가 흔들리면 이를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상반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신흥국시장에 투자됐던 달러가 미국으로 빠져나갈 경우 신흥국 금융시장이 붕괴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헤지펀드 업체 SLJ 매크로 파트너스의 스티븐 젠의 발언을 인용, “미국 경제가 회복되는 한 자금 유출을 막을 방법은 없을 것”이라며 “신흥국 통화가 대폭락(melt down)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강영연 기자 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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