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한라비스테온, 사모펀드에 매각 반대"
국내 최대이자 세계 2위 자동차용 에어컨·히터 제조사인 한라비스테온공조 매각이 난관에 부딪혔다.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최대 납품처인 현대·기아자동차가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의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를 반대하고 있어서다. 한라비스테온공조 노동조합 역시 한앤컴퍼니 측에 “향후 회사를 중국 등 해외가 아닌, 국내 업체에 매각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사실상 매각에 반대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현대·기아차는 한앤컴퍼니의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10일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완성차 회사와 부품사는 신차 개발을 함께하는 만큼 신뢰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단기 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는 더 많은 돈을 주는 곳에 회사를 재매각하기 마련이어서 믿고 거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사모펀드가 향후 중국업체 등에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재매각할 경우 과거 사례에서 보듯 기술 유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미국 비스테온이 보유한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69.9%를 인수하는 데 3조5000억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다. 매입가가 시장가격 2조5000억원보다 1조원 많은 가운데 인수대금 중 2조3000억원을 국내 금융권에서 차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국 비스테온 본사는 12일 이사회를 열어 매각 안건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부품 경쟁력 향상보다 가격 인상이나 배당 확대에 관심이 더 크다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한라비스테온공조 노조도 사모펀드가 회사를 인수하는 것에 우려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장태균 한라비스테온공조 노조 평택지회장은 “한앤컴퍼니 측에 직원 고용을 보장하고 앞으로 회사를 재매각할 때 국내 산업 자본에 되팔 것을 약속하라고 요구했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대전공장과 평택공장에서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11일 통합 대의원회의를 열어 단체행동에 돌입하는 안건을 의결한 뒤 12일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파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일본 덴소에 이어 세계 2위 자동차 공기조절기 제조사인 한라비스테온공조는 국내 자동차 공조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공조 장치의 65%가량을 납품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50%인 현대·기아차 비중을 낮추기 위해 포드와 폭스바겐 마쓰다 등으로 공급처를 확대해 왔다. 지난해 매출 5조1893억원, 영업이익 3635억원을 냈다.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전신은 한라공조로 1986년 한라그룹 만도기계와 미국 포드가 합작 설립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라그룹이 부도 위기에 처하면서 1999년 비스테온에 넘어갔다.

한라공조는 지난해 모기업 비스테온의 공조사업부 18개를 거꾸로 인수하며 회사명을 한라비스테온공조로 바꿨다. 앞서 만도를 인수한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한라비스테온공조도 되찾고 싶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