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대장정의 마무리 '호빗: 다섯 군대 전투'
판타지 소설의 거장 J.R.R 톨킨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호빗' 시리즈 마지막 편인 '호빗: 다섯 군대 전투'가 9일 언론 시사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호빗'은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프리퀄'(원작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이다.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2001)로 첫선을 보인 이후 장장 13년 만에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셈이다.

'호빗: 뜻밖의 여정'(2012)과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2013)에 이은 3편 '호빗: 다섯 군대 전투'는 전편에서 난쟁이족 때문에 깨어난 무시무시한 용 '스마우그'가 호수 마을 사람들에게 불을 내뿜으며 공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부성애가 넘치는 용맹한 인간 바르드(루크 에반스 분)의 활약으로 스마우그는 죽지만, 그 소식이 중간계(영화의 배경)에 퍼지며 스마우그가 온갖 보물과 함께 잠들어 있던 '외로운 산'에 모두 몰려들게 된다.

잃어버린 왕국을 찾으러 온 난쟁이 '참나무 방패 소린'(리처드 아미티지)은 '황금의 사악함'에 병들어 다른 난쟁이를 의심하는 등 탐욕에 사로잡힌다.

터전을 잃고 약속대로 대가를 받으러 온 인간과 보물을 찾으러 온 요정, 난쟁이족이 마찰을 빚는 사이 암흑의 군주 '사우론'은 오크 군대를 '외로운 산'으로 보내고 이들은 목숨을 건 싸움을 시작한다.

초반부터 스마우그의 '불 쇼'로 휘몰아치는 영화는 '다섯 군대 전투'라는 제목답게 144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전투 장면에 할애한다.

전투는 황량하게 펼쳐진 에레보르 언덕과 너른골, 눈발이 날리고 꽁꽁 얼어붙은 갈가마귀 언덕 등 장소를 옮겨가면서 벌어진다.

시각효과 회사인 웨타 워크숍은 여러 종족의 군대가 한꺼번에 맞붙은 전투 장면을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화면에 구현해냈다.

이미 1편부터 기존 영화의 2배인 1초당 48프레임을 담은 초고속프레임(HFR) 기술을 구현한 탓에 이번 영화에서는 시각 효과는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그래도 엄청난 스케일의 전투 장면은 시종일관 관객을 압도하며 판타지의 세계로 안내한다.

아울러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작품답게 두 시리즈에 나오는 모든 종족의 캐릭터가 총출동해 반가움을 더한다.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이안 맥켈런)를 비롯해 금발의 요정 '레골라스'(올랜도 블룸)와 요정 왕 스란두일(리 페이스), 갈라드리엘(케이트 블란쳇), '반지의 제왕'에서 사우론의 하수인이 되는 마법사 '사루만'(크리스토퍼 리) 등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용 스마우그와 악의 수장 사우론의 목소리를 실감 나게 연기했다.

영화는 '빌보 배긴스'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반지의 제왕'의 시작으로 이어지는 프리퀄답게 곳곳에 '반지의 제왕'과의 연결 고리를 심어놨다.

'반지의 제왕'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이런 연결 고리를 찾는 것도 재미일 듯하다.

특히 '반지의 제왕'에서 금발의 긴 머리를 휘날리며 매력을 뽐내던 '레골라스'는 이번에 공중에서 낙하하는 돌을 계단 삼아 겅중겅중 뛰어다니며 지난 '호빗' 1∼2편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매력을 다시금 발산한다.

'반지의 제왕'이 주인공 '프로도'의 용기 있는 역할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반면 정작 프로도의 모험이 있게 한 삼촌 '빌보 배긴스'(마틴 프리먼)는 이번 영화에서 그다지 많은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다.

한두 장면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는 하지만 사실 결정적인 역할도 아니어서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동안 산만하게 벌려 놨던 일을 정리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드라마의 마지막회보다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른 그 전 회분이 더 재미있는 법.
13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작품이지만 이미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달려가서인지 다소 맥이 빠지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하다.

12월 1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44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