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인수하기로 한 삼성종합화학을 5~6년 내 상장할 계획이다. 상장이 무산될 경우 삼성 측 잔여지분 18.5%를 한화가 전량 매입하기로 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한화는 이 같은 방침을 정하고 삼성종합화학의 구체적인 상장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두 그룹이 이런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삼성물산이 한화에 팔지 않은 삼성종합화학 지분 18.5%를 매각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려는 취지에서다.

삼성과 한화는 지난 26일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이 삼성테크윈 지분 32.4%를 8400억원,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를 1조600억원에 각각 한화에 매각하는 조건이다. 삼성테크윈 자회사인 삼성탈레스와 삼성종합화학 자회사인 삼성토탈 경영권도 함께 넘긴다.

이렇게 되면 삼성은 방위사업과 석유화학 부문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된다. 하지만 이번 ‘빅딜(대규모 거래)’에서 삼성물산은 삼성종합화학 보유지분 38.4% 중 19.9%만 매각한다. 나머지 18.5%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화가 삼성종합화학의 새 주인이 되면 삼성물산은 한화 계열사들에 이어 삼성종합화학의 4대 주주로 남는다.

삼성은 이에 대해 “한화그룹과 화학 분야에서 협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에선 삼성이 한화의 인수대금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가 삼성물산이 보유한 잔여지분 18.5%를 인수하려면 3400억원가량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종합화학 상장은 이런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종합화학이 상장하면 삼성물산은 구주매출(기존 주주의 주식매각)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한화도 주식 공모 과정에서 자금을 추가로 조달할 수 있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삼성과 한화는 향후 삼성토탈의 경영성과에 따라 인수대금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토탈의 2017~2018년 영업이익이 매출의 5%를 넘게 되면 한화가 삼성에 1000억원을 추가 지급하는 조건이다. 이렇게 되면 이번 ‘빅딜’ 대금은 당초 알려진 1조9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어난다.

삼성과 한화는 인수대금 지급 조건도 삼성테크윈은 2년간 2회, 삼성종합화학은 3년간 3회 분납할 수 있도록 정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