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세 中 증시에 다시 등장한 '도박론'
중국 증시에 13년 만에 ‘도박장론(論)’이 다시 등장했다.

우징롄(吳敬璉)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센터 연구원은 지난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소후재경연례포럼에 참석해 “중국 증시는 누군가가 상대 패를 볼 수 있는, 규칙도 없는 도박장”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언론들은 이를 두고 우징롄이 2001년 1월 “중국 주식시장은 권력층을 배후에 낀 ‘큰손’과 기관투자가가 짜고 연출하는 도박판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한 데 이어 13년 만에 다시 도박장론을 내세웠다고 보도했다. 당시 그의 지적에 대해 리이닝(勵以寧) 등 다른 저명 학자들이 과장된 것이라며 반박하고 나서 증시 도박장 논쟁이 벌어졌었다. 급등세를 보이던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그의 도박장론이 나온 이후 2005년까지 4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다. 우징롄은 “중국 증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이라며 “엄격한 공시제도 실시로 대세상승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개혁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번 도박장론 경고는 중국 증시가 각종 기록을 갈아치울 만큼 급등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 28일 상하이와 선전증시의 거래량은 7104억위안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증시 사상 단일 거래량 최대치였던 2007년 7월26일의 미국 증시 기록(995억달러·약 6100억위안)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일각에선 2009년 8월과 2010년 11월 중국 증시 거래량이 급증한 이후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사례를 들어 거래량 급증을 위험신호로 본다. 28일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2682.83으로 39개월 만에 최고치로 마감했다. 주간 상승률도 7.95%로 2010년 10월15일 이후 최대다. 이 같은 상승세에 힘입어 상하이와 선전증권거래소를 합친 중국 증시 시총 규모는 27일 4조4800억달러로 일본 증시(4조4600억달러)를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중국에선 증시 낙관론이 팽배하다. 궈타이쥔안증권은 26일 상하이에서 개최한 2015년 투자전략포럼에서 “집을 팔고 주식을 사라”고 권고했다. 중국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이 최근 투자자를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82%에 달했다.

오광진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