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지분 30% 내년 분산 매각할 듯
우리은행 경영권(지분 30%) 매각을 위한 입찰이 실패했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돼온 교보생명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중국 안방보험만 응찰,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에 지분 30%를 쪼개 분산 매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교보생명이 인수전에 불참한 것은 외국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자본 조달이 여의치 않은 데다 정부의 부정적 시각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그동안 신창재 회장이 대주주인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특혜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해 왔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지분 4%)하고 있는 마당에, 개인 대주주에게 넘길 경우 정치권과 금융권 안팎에서 특혜 시비가 제기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교보생명도 최근 정부의 이 같은 기류를 읽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우리은행 인수를 위해 예비입찰과 본입찰에 참여해 유효경쟁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도 금융위원회가 결국 승인해주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3조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보생명은 보험업법상 직접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자산의 3% 이내’(1조3000억원가량)로 제한된다. 따라서 나머지 1조7000억원을 국내외 재무적 투자자를 확보해 컨소시엄을 꾸려야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또 저금리·저성장 기조 장기화에 따른 은행산업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경영권 매각을 위한 입찰에는 중국 안방보험이 유일하게 참여했다. 이로써 두 곳 이상이 참여해야 하는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입찰은 자동 유찰됐다. 설혹 외국계 자본 두 곳 이상이 들어와 유효경쟁이 성립됐더라도 ‘딜’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았다. 정부가 국부 유출 논란을 의식해 적격성을 문제 삼을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에 경영권 매각을 다시 추진하거나, 지분 30%를 쪼개 파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에 실패한 뒤 내년에 바로 재매각에 나서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남은 지분을 분산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KB금융지주처럼 ‘주인 없는 은행’으로 민영화할 것이란 얘기다.

이날 함께 이뤄진 우리은행 소수지분(26.97%) 본입찰엔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과 일부 사모펀드(PEF), 보험사, 연기금 등 10여곳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써낸 지분의 총합은 23.76%로 집계됐다. 다만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정한 예정 가격 이상으로 써낸 입찰자가 얼마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소수지분 매각을 위한 낙찰자를 다음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실수로 미국 투자자의 소수지분 입찰 참여를 원천 봉쇄해 외국 자본 참여는 예상보다 저조했다.

장창민/박종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