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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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예리한 통찰로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비슷비슷하다. 불행한 가정들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책마을] 스타트업, 경쟁하지 마라…'창조적 독점'이 답이다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사진)는 《제로 투 원》에서 “비즈니스는 정반대”라고 말한다. “행복한 기업들은 다들 서로 다르다. 다들 독특한 문제를 해결해 독점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실패한 기업들은 한결같다. 경쟁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저자는 ‘독점은 시장경제에 해롭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완전경쟁 시장에선 생산자의 공급과 소비자의 수요가 만나 균형을 맞춘다. 경쟁 시장에서 모든 회사는 차별화되지 않는 똑같은 제품을 판매한다. 시장 지배력을 가진 회사가 없기 때문에 시장이 정해주는 가격에 물건을 판다. 수익성이 남아 있다면 새로운 회사가 시장에 진입해 공급량을 늘리고 가격을 끌어내린다. 장기적으로 볼 때 완전경쟁 시장에선 어떤 회사도 경제적 이윤을 창출할 수 없다.

[책마을] 스타트업, 경쟁하지 마라…'창조적 독점'이 답이다
독점은 반대다. 독점 기업이 시장을 손에 쥐고 가격을 결정한다.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이윤을 극대화하는 수량과 가격으로 물건을 생산한다. 저자가 말하는 독점 기업은 자기 분야에서 너무나 뛰어나 다른 회사들은 감히 비슷한 제품조차 내놓지 못하는 회사를 뜻한다. 이런 ‘창조적 독점 기업’들은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풍요로움을 소개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한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도 한다. 독점 이윤을 누릴 수 있다는 기업의 희망은 혁신을 위한 강력한 동기가 된다.

대표적인 예가 구글이다. 구글은 2000년대 초반 이후 검색 분야에서 경쟁자가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야후를 크게 따돌렸다. 구글은 검색 부문의 독점을 바탕으로 모바일, 웨어러블, 무인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경쟁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직원들과 제품에 더 정성을 쏟을 수 있다. 독점 이윤 덕분에 장기적 계획을 세울 수 있고, 경쟁 기업들은 꿈도 꾸지 못할 야심찬 연구 프로젝트에도 돈을 댈 수 있다. 구글의 모토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브랜드 전략이기도 하지만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고 윤리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을 만큼 성공한 기업이 누리는 특권이다.

독점 기업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모든 순간은 단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그 누구도 컴퓨터 운영체제(OS)를 만들어 ‘제2의 빌 게이츠’가 될 수 없다. 검색엔진을 만들어 제2의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구글 창업자들)이 될 수도 없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을 다시 해봤자 1에서 2, 3, 4가 될 뿐이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 세상은 0에서 1이 된다. 창조란 행위는 한 번뿐이며 창조의 순간도 단 한 번뿐이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제로 투 원’을 이뤄낸 것이다.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또 보유하고 싶다면 차별화되지 않는 제품으로 회사를 차리지 말라”고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또 ‘제로 투 원’의 핵심은 ‘새롭고 더 나은 방식으로 무언가를 가능케 하는 기술’이라고 덧붙인다.

‘창조적 독점’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은 지속 가능한 독점 이윤을 얻는 것이다. 저자는 독점 기업의 공통점으로 △독자 기술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브랜드 전략 등을 꼽고 있다.

수많은 청년이 창업을 시도하지만 성공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저자는 ‘창조적 독점’론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성공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로 틈새 시장을 만들어 독점한 후 몸집을 키워야 하고, 둘째로 특정 시장에서 마지막으로 훌륭한 발전을 이뤄내 몇 년간 독점 이윤을 누리는 ‘라스트 무버(last mover)’가 돼야 한다. 마지막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숨겨진 비밀’을 찾아 나서라는 것이다. 저자는 “성공한 사람들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가치를 찾아낸다”고 강조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