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초보자들에게도 '저금리 시대'는 익숙한 단어입니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얼마나 많이 모으냐' 만큼 중요한 건 '모은 돈을 어떻게 지키느냐', 즉 세테크입니다. 세테크는 세금과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로 절세를 통해 재테크하는 기법들을 일컫는 말이지요. 돈 불리기가 힘들어지니 모은 돈에서 얼마나 세금을 덜 내느냐가 재테크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변수가 됐습니다. 사회초년생이라면 '빨간 밑줄' 그어가며 익혀둬야 할 세테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13년 10월의 마지막 날 종로 먹자골목의 한 포장마차. 한날한시 A 중견 식품업체에 입사한 88년생 삼총사 김지윤·송아름·고아진 씨는 월급 명세서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소주잔을 돌렸다.
"내가 기가 막힌 마술을 눈 앞에서 봤다. 바로 오늘, 월급 받은 지 엿새 만에 통장 잔고가 바닥났어. 진짜 신기하지 않아? 내가 부양할 가족이 있냐, 아님 놀음에 빠진 남친이 있냐. 대체 뭐가 문제냐고."
지윤 씨가 마스카라 번진 얼굴로 신세한탄을 시작하자 아름 씨와 아진 씨의 고백도 이어졌다.
"나라고 뭐 다른 줄 아냐? 취업에 성공했다고 기뻐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대체 우리는 언제 돈 버냐." "입사하면 돈 걱정은 안 할 줄 알았는데, 산 넘어 산이다."
얄팍한 주머니 사정을 토로하던 세 사람의 이야기는 술병이 쌓일 즈음 '이러다 결혼은 할 수 있을까'로 넘어갔다. 누가 처음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셋은 생애 첫 재테크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재테크의 첫 단계는 '매달 25일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절반을 적금하기'였다. 다음 날 각자 은행에 가서 3% 금리의 적금 상품에 가입하고 매달 100만원씩을 꼬박꼬박 저축했다.
1년 뒤 삼총사는 다시 먹자골목 포장마차로 모였다. 한 해 동안 성실하게 저축한 것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가며 분위기가 무르익자 세 사람은 숫자로 빼곡히 채워진 통장을 펼쳐들었다. 빠르게 통장을 스캔하던 아름 씨의 한 마디가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왜 모은 금액이 다르지? 우리 똑같이 매달 100만원씩 3% 금리 적금에 넣지 않았어?"
◆ '재테크의 시작' 세테크에 눈 뜨다
술기운에 풀린 세 사람의 눈이 다시 또렷해졌다. 아름 씨의 말대로 세 사람은 매달 같은 금액을 같은 금리의 적금에 넣었지만 통장에 찍혀 있는 숫자는 저마다 달랐다.
"정말이네! 난 1214만760원인데 아름이는 1215만576원, 아진이는 1216만4053원. 왜 내가 제일 적은 거야."
지윤 씨가 그 이유를 알게 된 건 다음 날이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적금 상품을 가입한 은행에 찾아갔다.
"고객님, 오해하지 마세요. 이거 세금의 문제인 거 같은데 동기분들과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시겠어요? 고객님이 가입한 상품은 일반 적금이지만 동기분들이 가입한 상품은 비과세나 세금우대 상품이어서 모은 액수에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다음 날 점심시간에 확인한 세 명의 통장에는 정말 각각 다른 단어가 붙어있었다. 아름 씨는 '세금우대', 아진 씨는 '비과세'.
현재 이자소득에는 소득세 14%와 주민세 1.4%, 총 15.4%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돈을 가장 많이 모은 아진 씨는 말 그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 '비과세' 상품에 가입해 소득세 14%를 내지 않았다. 아름 씨는 세금 납부를 남들보다 우대해주는 '세금우대' 상품으로 9.5%(소득세 9%+농어촌특별세 0.5%)만 냈다. 같은 액수의 돈을 같은 금리의 상품에 넣어도 이자소득에서 빠져나간 세금의 규모가 다르니 모은 액수도 차이가 난 것이었다. 지윤 씨는 15.4%의 세금을 모두 내 셋 중 가장 적은 돈을 모았다.
"우리가 적금한 기간이 1년 밖에 안 되니 1000~2000원 차이가 났죠. 만약 아무것도 모르고 10년간 적금을 부었다면 일반적금인 나와 비과세인 아진이의 종잣돈은 무려 276만원이나 벌어졌을 거예요. 세금 우습게 보지 마세요. 재테크의 기본이 세테크예요."
◆ "늦기 전에 '한정판 절세상품' 찾아라"
세테크에 눈을 뜬 지윤 씨는 적금 상품을 갈아타기 위해 은행을 찾아다녔다. 사흘간 발품을 판 뒤 재형저축과 세금우대 저축 상품에 가입했다.
재형저축은 대표적인 비과세 상품이다. 총 급여가 5000만원 이하인 직장인이나 종합소득액 3500만원 이하인 사업자 등만 가입할 수 있다. 재형저축의 의무 가입기간이 7년이라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었지만 내년부터 서민층의 의무 가입기간은 3년으로 줄어든다. 총 급여 2500만원 이하 직장인이나 종합소득금액 1600만원 이하 사업자, 15~29세 고졸 중소기업 재직청년은 이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금우대 저축은 당초 만들 계획이 없었지만 내년부터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다음 달 관련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세금우대 저축과 생계형 저축이 '비과세종합저축'으로 통합된다. 이 상품은 고령층과 장애인 등만 가입할 수 있게 된다.
"20~59세는 1000만원까지 한도로 가입할 수 있었던 세금우대 저축이 내년부터 자취를 감추게 됐어요. 올 연말까진 가입이 가능하고, 만기 때까지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세금우대를 원하는 사람들은 해가 가기 전에 빨리 가입하는 것이 좋아요."
◆ 직장인 세테크의 대미, 연말정산
딴지 걸기 바쁜 조 대리와 공 대리, 일단 후배의 제안은 '까고' 보는 박 과장. 그렇게 마음 안 맞는 지윤 씨의 부원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되는 시기가 있다. 연말정산 시즌만 되면 부원들은 이른바 '13월의 보너스', 연말정산 환급금을 받기 위해 매달린다. 모두 총력을 다하지만 연초 연말정산 성적표를 받아든 부원들의 표정에는 희비가 엇갈린다. 이들 중 공 대리는 유일하게 웃음을 짓는 사람이다.
지윤 씨는 올 연말정산을 준비하기 위해 공 대리를 찾았다. 마음 같아선 얄미운 공 대리에게 업무 외의 일로는 말도 섞고 싶지 않았지만 13월의 보너스를 위해 머리를 숙였다. 지윤 씨가 가져온 캔커피를 '호로록' 마시던 공 대리는 몸무게만큼 무겁게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그가 공개한 비법은 총 네 가지다.
△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고민하고 써라
공 대리는 계산대 앞에서 '3초 고민하기'를 실천하고 있다. 3초는 계산하기 전 결제할 카드를 정하는 시간. 그의 선택을 받을 카드는 계산할 금액과 총 사용 금액에 따라 달라졌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사용 금액에 따라 연말정산 소득공제액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등의 소비액이 총 급여액의 25%를 초과하면 소비한 금액의 일정 비율을 돌려받는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은 15%에 불과하지만 체크카드는 30%로 두 배 더 높다. 예를 들어 총 급여가 2500만원인 직장인이 급여의 25%인 625만원을 쓴 뒤 연말까지 100만원을 더 쓴다고 생각해보자. 10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소득공제액은 15만원이지만 체크카드로 결제하면 30만원이 된다.
현금으로 계산할 때는 현금영수증을 잊지 않았다. 현금영수증의 소득공제율 30%도 챙기기 위해서다. 술에 취해 양팔을 후배들에게 맡긴 때에도 "현금영수증"을 외친 그였다.
△ 연말에는 당당하게 "나 월세 산다"
"나 총 급여가 7000만원 이하이고, 월세 산다. 여자친구한테도 이야기 못 하는 사실이지만 연말정산 때 국세청에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를 이루면 총 급여가 7000만원 이하인 직장인은 월세 임대료의 10%(최대 750만원)에 해당하는 세액을 공제받게 된다. 기존에는 총 급여가 5000만원 이하의 무주택자에게만 연간 월세 비용의 60%(최대 500만원)를 소득에서 공제해줬다.
연봉 3000만원인 공 대리는 매달 50만원씩 내고 있는 월세에 대한 세액공제로 향후 총 60만원(50만원×12개월×세액공제율 10%)을 돌려받게 된다.
△ 막둥이 공 대리의 '부모 사랑'
공 대리는 전라남도 보성 노동면에서 1남2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님이 느즈막히 아들을 낳아 온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는 이야기는 공 대리의 '술자리 18번 에피소드'다. 18번 에피소드에 이어지는 건 시골에 계신 연로한 부모님 생활과 건강 걱정이었다.
그의 부모 사랑은 연말정산 시즌에 더욱 강해진다. 부모님과 따로 살고 있지만 부양가족으로 등록해 놨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60세 이상이고, 연간 소득액이 100만원 이하면 소득공제 대상이 돼. 소비가 많으면 공제되는 금액도 많아지니 부모님을 부양가족으로 올려놓는 게 좋지. 연말정산 시즌만 되면 마음이 저릿해. 세월이 흘러 이제 내가 부모님을 부양하게 됐으니 말이야."
△ 연말에 빛을 발하는 금융상품
소득공제 금융상품도 화려한 연말정산 성적표의 숨은 공신이다. 대표 소득공제 상품으로는 주택청약종합저축과 소득공제장기펀드가 있다.
총 급여가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하면 저축 납입액의 40%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득공제 한도는 연 12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확대된다.
소득공제장기펀드는 지난 3월 출시된 절세 상품이다. 투자액의 40%, 최대 24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는다. 다만 가입 대상이 '연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로 제한돼 있고, 최소 5년 이상 가입을 유지해야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납입한도는 600만원이다.
설명을 마무리하던 공 대리는 느닷없이 시를 읊기 시작했다.
하상욱 시인의 단편시집에 수록된 두 편의 작품. '있는 듯 없는 듯' <적금 이자> '다양하고 푸짐하고' <세금>
"드라마 '미생' 뺨치게 공감되지 않냐? 있는 듯 없는 듯한 내 이자와 소득을 조금이라도 더 모으려면 다양하고 푸짐한 세금에 대처해야 한다는 말이야. 지윤이 네가 스물 여덟이라고? 나이를 더 먹어 내 집을 마련하고 아이가 생기면 취득세, 상속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따져봐야 할 세금이 점점 더 많아져. 나중에 몸집을 불릴 세금과 마주하기 전 지금부터 세테크 공부를 시작해야 돼."
투자 고수와 고액 자산가들이 지난주 반도체 관련주를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의 수익률 상위 1% 투자자들은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18일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2026년 회계연도 1분기(2025년 9∼11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론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증가한 136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최대 D램 생산능력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일반 D램 가격 상승의 최대 수혜가 전망돼 내년 영업이익 100조원 달성이 기대된다”고 했다.비에이치아이,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원익홀딩스, 삼성중공업 등도 투자 고수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 포함됐다.한국투자증권 계좌를 이용하는 평균 잔액 10억원 이상 자산가들은 같은 기간 SK스퀘어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지난주에만 SK스퀘어 주식을 144억6000만원어치 사들였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의 지분 약 20%를 보유한 대주주로, SK하이닉스 상승에 따른 수혜를 누리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와 현대차, 에코프로가 뒤를 이었다.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재차 수급을 흔들며 변동성 장세를 보였지만 4000선을 회복했다. 증권가는 이번주(12월22~26일) 국민성장펀드와 코스닥 활성화 등 정부의 굵직한 정책에 비춰 증시 평가가치(밸류에이션) 매력도가 확대되는 구간이라고 평가했다.20일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번주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로 최저 3850, 최고 4200선을 제시했다.지난주 AI 투자 논란 속 오라클을 중심으로 AI 관련주가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주중 한때 4000선을 밑돌았지만, 직전 거래일인 19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실적 등 영향을 받아 4000선을 탈환했다. 지난 한 주간 개인과 기관이 각각 2조5964억원, 377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이 3조1166억원 순매도했다.증권가는 긍정적 요인들에 더 주목했다. 정책 기대감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방안'을 내놨다.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고변동성 성격을 띠었던 코스닥 시장을 기관 자금이 동반하는 성장형 자본시장으로 바꾸겠단 구상이다. 연기금 평가 기준을 개선해 기관투자자의 진입 여건을 마련하고,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 등에 세제 혜택을 추진하는 내용이 골자다. 시장 일각에서 '천스닥'(코스닥지수 1000)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같은날 정부는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의 1차 메가프로젝트의 투자처를 공개했다. K엔비디아 육성, 국가 AI 컴퓨팅센터, 전남 해상풍력, 울산 전고체 배터리 소재 공장, 충북 전력반도체 공장, 평택 파운드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에너지 인프라 등이다.나정환 NH투자증
오라클·브로드컴이 촉발한 인공지능(AI) 기술주 조정과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한참 미뤄졌던 고용·물가 지표 공개,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그리고 사상 최대 규모의 옵션 만기까지. 격동의 주간을 마치고 미국 증시가 연말 랠리의 기대를 되살리고 있습니다.월가에선 남은 7거래일 간 과연 미국 증시가 또 한 번 신고가를 경신할 수 있을지, 산타가 이미 다녀간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이견도 있습니다. 올해 S&P 500은 무려 37번 신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마지막 기록은 지난 11일 6901(종가 기준)인데요. 연초부터 올해 말 S&P 500 목표가 7000을 제시했던 야데니리서치는 "최근 매그니피선트 7에서 다른 섹터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순환매가 벌어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올해 최고 기록은 6901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물론 반대로 연말까지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타델증권의 스캇 럽너 주식·파생상품 전략 총괄은 "1928년 이후 S&P 500은 12월 하순에 75%의 확률로 상승했고, 평균 수익률은 1.3%였다"면서 "2주 단위 구간으로 볼 때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시기"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단기 전망은 다소 엇갈려도, 2026년 미국 증시에 대한 월가의 전망은 낙관론이 압도적입니다. 내년에도 4년 연속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다만 상승폭에 대해선 하우스별로 전망이 크게 갈립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말 7100, JP모건 7500, 골드만삭스 7600, 도이치방크 8000, 오펜하이머는 8100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골드만삭스의 주식 프랜차이즈 영업 총괄 마크 윌슨은 2026년 주목해야 할 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