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내 식품 계열사 둔 포장업체 '안정적 수익' 가능
음식료 업종은 지난 3년간 랠리(약세에서 강세로 전환)를 지속했다. 2012년 주가수익비율(PER) 13.2배(1년 후 추정치)였던 음식료 업종 밸류에이션은 현재 17배까지 상승했다. 해외 모멘텀이 부각되면서 밸류에이션의 재산정이 큰 폭으로 이뤄졌다.

2013~2014년은 곡물가 하향이 안정화하면서 업종 전반의 투자 심리 회복에 일조했다. 내년에도 거시적인 환경은 음식료 업종에 우호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업종의 밸류에이션 재산정을 이끌 만큼의 새로운 재료는 아니다. 내년 음식료 업종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우선 출하량 성장이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음식료품 출하량은 지난 3년간 연평균 0.41%(주요품목 단순평균) 성장에 그쳤다. 올해(8월 누적 기준)도 내수 소비 부진이 이어지면서 답보 상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46% 성장에 그쳤다.

음료와 소주, 가공식품은 각각 전년 대비 6.2%, 8.1%, 6.1% 증가하면서 선방했다. 제과(0.0%)와 라면(-0.5%)은 답보 상태다. 조미료는 외식경기 부진으로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 출생 숫자가 줄면서 제조분유의 감소폭(-16.6%)도 컸다. 앞으로 내수 수요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기 어렵고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도 지속될 방침이다. 큰 폭의 실적 개선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둘째, 주요 음식료 업체들이 연초 가격 인상을 단행, 내년 업종 전반에 걸친 가격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연초 가격 인상을 못했던 주요 품목은 라면과 소주 정도다.

라면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서는 최근 급변하는 시장 점유율 경쟁이 마무리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소주는 가격 인상보다 도수 인하를 통한 소비 증가를 유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이트진로가 최근 도수 인하를 단행했으며, 롯데칠성도 도수를 인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연초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한 대표적인 품목은 라면과 맥주다. 하지만 맥주와 라면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시장 참여자인 롯데칠성이 유통 채널을 확보하면서 안정적으로 점유율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하이트진로는 적극적인 신제품 홍보를 통해 내년 39~41%대의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라면은 오뚜기의 반격이 거세다. 오뚜기의 라면 점유율(물량 기준)은 작년 말 15%에서 올해 초 16%, 현재 19%까지 상승했다. 오뚜기는 올해 말까지 판촉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최근의 점유율 상승세를 감안했을 때 내년 초까지 판촉을 지속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넷째, 내년에는 유통업체들의 자체상표(PB) 제품 출시 확대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대형마트의 PB제품 비중은 점포 수 확장이 둔화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유통 업체들은 PB제품 비중 확대를 통해 질적 성장을 유도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제조업체들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식음료주 전반이 쉽지 않은 영업환경이지만 CJ제일제당과 현대그린푸드는 비교적 상승 가능성이 큰 종목으로 점쳐진다. CJ제일제당은 국내 가공식품 및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도 내년에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B2C 유통사업 부문은 판교 현대백화점, 김포 아울렛 등 내년 그룹사 출점 효과로 전년 대비 4.5%의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

식음료 전반이 큰 폭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이진 않는 만큼 식품포장 산업의 성장성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탄탄한 그룹 내 수요를 갖추고 있는 그룹계열 식품포장 업체는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심은주 <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yesej01@hanaf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