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은행 소수지분(26.97%)을 팔면서 뒤늦게 미국 투자자들을 입찰 대상에서 제외함에 따라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것은 물론 소수지분 매각마저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 경영권(30%) 인수 후보로 여겨져온 교보생명과 중국 안방보험 등의 입찰 참여도 불투명해 우리은행 매각 작업 전체가 시작도 하기 전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미국 투자자들의 입찰 자격을 제한한 이유는 한국 정부가 우리은행 소수지분을 매각하는 희망수량경쟁입찰 방식이 미국 법령에 위배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법 등에 따르면 주식 매각을 공고한 뒤 50인 이상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주식을 매각하거나 발행할 경우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공모가를 산정해야 하는 등 ‘공모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리은행 주식은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미국 법을 따라야 한다.

문제는 금융위를 포함해 매각주관사, 법무법인 등도 매각 절차가 한참 진행된 뒤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는 점이다. 대형 로펌의 한 미국 변호사는 “미국 투자자를 49인 이내로 제한하더라도 공모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며 “투자자 수 외에도 여러 가지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공모 절차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최근 이런 사실을 파악한 뒤에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들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미국 법 위반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해 입찰안내서에 반영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수지분 매각이 완료된 후 공모 이슈로 정부가 미국 법 위반 논란에 노출되는 걸 사전에 차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모든 투자자에게 동등한 참여기회를 주겠다는 당초의 방침과 달리 미국 투자자의 참여를 제한해 ‘부실 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위는 또 “미국에 근거지를 둔 본사나 투자자만 입찰이 제한될 뿐 아시아 등 해외 지점 입찰 참여는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무법인들은 “본점과 지점의 구분 외에 실질적인 영향력 등도 따진다”고 반박했다.

우리은행 소수지분 매각 과정에도 찬물을 끼얹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인수 후보군으로 기대돼온 미국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이 아예 ‘딜’에서 빠지게 돼서다. 국내에선 일부 연기금과 보험사 2~3곳, 우리은행 사주조합 등만이 소수지분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창민/좌동욱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