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소수지분 매각도 실패 우려
희망수량경쟁입찰 방식
미국 법령 위반 가능성
금융위원회가 최근 미국 투자자들의 입찰 자격을 제한한 이유는 한국 정부가 우리은행 소수지분을 매각하는 희망수량경쟁입찰 방식이 미국 법령에 위배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법 등에 따르면 주식 매각을 공고한 뒤 50인 이상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주식을 매각하거나 발행할 경우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공모가를 산정해야 하는 등 ‘공모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리은행 주식은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미국 법을 따라야 한다.
문제는 금융위를 포함해 매각주관사, 법무법인 등도 매각 절차가 한참 진행된 뒤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는 점이다. 대형 로펌의 한 미국 변호사는 “미국 투자자를 49인 이내로 제한하더라도 공모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며 “투자자 수 외에도 여러 가지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공모 절차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최근 이런 사실을 파악한 뒤에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들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미국 법 위반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해 입찰안내서에 반영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수지분 매각이 완료된 후 공모 이슈로 정부가 미국 법 위반 논란에 노출되는 걸 사전에 차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모든 투자자에게 동등한 참여기회를 주겠다는 당초의 방침과 달리 미국 투자자의 참여를 제한해 ‘부실 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위는 또 “미국에 근거지를 둔 본사나 투자자만 입찰이 제한될 뿐 아시아 등 해외 지점 입찰 참여는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무법인들은 “본점과 지점의 구분 외에 실질적인 영향력 등도 따진다”고 반박했다.
우리은행 소수지분 매각 과정에도 찬물을 끼얹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인수 후보군으로 기대돼온 미국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이 아예 ‘딜’에서 빠지게 돼서다. 국내에선 일부 연기금과 보험사 2~3곳, 우리은행 사주조합 등만이 소수지분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창민/좌동욱 기자 cmjang@hankyung.com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