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우증권 첫 공채 출신 홍성국 사장 내정자 "8無 인사원칙으로 名家 대우증권 지킬 것"
KDB대우증권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홍성국 부사장(리서치센터장·사진)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지난 7월30일 김기범 사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선장 없는 항해’를 이어온 지 4개월여 만이다. 내달 12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공채 출신 첫 사장이 될 그를 만나 앞으로 계획을 묻자 “정식 임명된 것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조직을 위해 몸을 던지겠다”는 대목에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명가(名家)’ 대우증권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곡절이 많았다. 중책 맡은 소감은.

“천 가지, 만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책임이 무겁다. 이왕 해야 하는 거라면 몸을 던지겠다. 지금은 누군가 용기 있는 희생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 나를 선택한 이유가 좋은 회사 만들라는 얘기 아니겠나. 우리 회사는 산은금융지주가 대주주고, 국민 돈이 들어가 있는 곳이다. 일반 증권회사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멤버란 점이 부각되고 있다.

“서금회 활동은 2009년까지가 마지막이다. 당시 홀세일(기관 상대 영업)을 할 때다. 영업에 도움이 된다면 누군들 못 만나겠나. 리서치센터장을 맡은 이후로는 참석한 기억이 없다.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과도 면접 때 20분 만난 게 전부다.”

▷경력이 리서치에 치우친 것으로 보이는데.

“일선 경력이 없다는 건 다소 잘못된 이야기다. 신입사원 때 1년 반 동안 지점영업을 했다. 차장 시절 5년간 법인영업을 했다. 블록딜이나 기관 간 주식중개 영업을 많이 했다. 실적도 좋았다. 혼자서 한 해에 회사에 155억원의 순익을 올려준 적도 있다. 홀세일부장까지 합하면 8년쯤 된다.”

▷조직운영 원칙은.

“내부 출신이라는 게 단점도 있겠지만 장점도 크다. 개개인을 잘 안다. 또 리서치조직을 운영해오면서 확립한 8무(無)의 인사원칙을 지킬 것이다. 학연 지연 혈연 사(社)연 나이 성별 직급에 구애받지 않는 인사를 할 것이다. 이런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한 발자국도 진화할 수 없다. 실력과 기여도만으로 평가해 조직을 운영하겠다.”

▷구조조정 계획은.

“내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 대주주인 산은이 판단할 영역이다. 사장의 역할은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본다.”

▷새 수익원 발굴이 시급할 텐데.

“첫날이니만큼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기는 어렵다. 새 사업에 곧바로 나서기보단 기존 사업의 가치를 재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리테일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일선 지점이 고객 수요와 생각을 확인하는 접점이기 때문이다. 펀드 등 신상품이 여기서 만들어진다. 구체적인 계획은 일선 전문가들과 논의하겠다.”

홍성국 사장 내정자는 서울 고려고와 서강대(정치외교학과 82학번)를 나와 1986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28년간 한 자리를 지킨 정통 ‘대우증권맨’이다. 투자분석부장, 홀세일사업부장(전무), 리서치센터장 등을 거쳤다.

‘세계가 일본된다’ 등 미래학 관련 서적 7권을 펴내 ‘증권업계의 미래학자’로도 불린다. 10년 전 펴낸 ‘디플레이션 속으로’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부친이 한국투자신탁 감사를 지낸 홍인표 씨다. 취미는 40년 전인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신문 읽기와 등산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