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유아독존' 애플 시가총액, 코스닥 5.5배
애플이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7000억달러(약 774조원) 고지를 찍으면서 미국 증시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 코스닥시장 시가총액(142조원)과 비교하면 5.5배다. 시장에서는 ‘꿈의 기록’인 시가총액 1조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뉴욕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애플은 25일(현지시간) 오전 9시38분 주가가 전일 대비 0.94% 오른 119.75달러에 도달하면서 시가총액 7020억달러를 기록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2위 엑슨모빌(4300억달러)의 1.7배에 달한다. 애플의 주가는 올 들어 47% 급등, 유가 하락으로 시가총액이 최근 5개월간 430억달러 줄어든 엑슨모빌과의 시가총액 격차를 더욱 벌렸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실리콘밸리비즈니스저널은 7000억달러면 △애플의 신제품인 아이폰6플러스를 9억3500만개를 사거나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 재학생 1년치 학비를 1550만명에게 지원할 수 있으며 △애플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14만6000명에게 40년간 연봉을 지급할 수 있고 △미국의 모든 자동차에 22개월 동안 기름을 채울 수 있는 액수라고 예를 들었다.

지금의 상승 추세를 고려하면 애플 주가는 올해까지 6년 연속 전년 대비 상승,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 연속 상승했던 종전 기록도 깰 것이 확실시된다.

애플의 주가 상승은 2007년 1월 세계 최초 스마트폰인 아이폰 출시가 기점이 됐다. 2008년엔 애플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폭풍을 피하지 못했지만 아이폰 출시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주가는 10배 올랐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에 이어 2011년 8월 팀 쿡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후에도 주가가 2배 이상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팀 쿡 주도로 지난 9월 대화면을 채택한 아이폰6의 출시와 중국시장 점유율 확대가 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외신은 애플의 새로운 모바일 결제시스템인 애플페이와 스마트 손목시계인 애플워치 등 새로운 제품군을 감안할 때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애플워치의 경우 애플 고객의 10%가 구입한다는 전제 아래 출시 첫해 3000만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연말 쇼핑 시즌을 눈앞에 둔 것도 애플 주가에 호재다. 월트 파이치크 BTIG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FT에 “연말 쇼핑시즌 아이폰의 매출이 주가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은 지난달 10일 쿡 CEO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애플 주가가 극도로 저평가됐다며 적어도 주당 203달러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1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당시 애플의 시가총액은 6036억달러로, 이후에도 애플 주가는 급등해 한 달여 만에 1000억달러 가까이 불어났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조정한 시가총액은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MS) 의 8740억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경제전문 방송인 CNBC는 그러나 애플의 주가가 당시 MS에 비해 오히려 저평가돼 있다며 추가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MS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2배였지만 현재 애플의 PER은 S&P500 기업 평균인 18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애플 주가는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감으로 주당 0.86% 하락한 117.6달러, 시총 기준으로는 6900억달러에 마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