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견조한 경기회복세를 또 한번 확인했다. 일본이 양적 완화에 나서고 중국도 기준금리를 낮추는 등 세계 주요국들이 경기 침체 타개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나홀로 성장’만 두드러지고 있다.

소비·투자 살아나…'상승궤도' 오른 美 경제
미 상무부가 25일 내놓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정치 3.9%는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미국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불식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초 시장은 3분기 GDP 증가율을 3.3%로 예상하면서 이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며 노심초사했다. 일부에서는 3분기 GDP가 3% 초반대로 떨어질 경우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효과가 희석되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또다시 확산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까지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나온 수정치는 지난달의 잠정치 3.5%에서 0.4%포인트 상향조정되면서 미국 경제의 확장국면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2분기(4.6%)보다 다소 낮아지긴 했으나 미국 경제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음을 뒷받침한 것이다.

지난 1분기 한파와 폭설 등 악천후로 GDP가 2.1% 마이너스 성장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 5개 분기 가운데 4개 분기의 성장률이 3.5%를 넘었다.

부문별로는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3분기 2.2% 증가한 영향이 컸다. 예상치인 1.9%와 잠정치인 1.8%를 모두 웃돌면서 전체 수치를 끌어올렸다. 유가 하락으로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 소비자들이 의류와 가정용품 등 소비재를 더 많이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 블랙 프라이데이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이어지는 쇼핑시즌의 매출 증가세도 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레그 포란 월마트 미국대표는 “유가 하락이 향후 수개월 동안 소비자가 지출을 더 늘릴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투자도 6.2% 늘면서 2분기 4.7%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연방정부 지출은 4.6%에서 4.2%로 증가율이 소폭 낮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개인소비 지출 증가가 수출 둔화를 상쇄했다”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국 경제가 견실한 기초 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일본 경기가 3분기 들어 다시 후퇴국면에 접어들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경제성장률이 가까스로 플러스를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중국도 올해 7.5%의 성장률 목표 달성이 불확실해지면서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워드 매카시 제프리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기회복세가 세계에서 앞서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며 “미국 경제가 잘하고 있다는 것을 낙관하며 앞으로도 괜찮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강영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