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고객 감동 방송 광고] "운명도 아름다움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예요"
[2014 고객 감동 방송 광고] "운명도 아름다움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예요"
‘광고의 꽃’이라는 여성 화장품 광고. 요즘은 큰 키와 호감 가는 미모를 자랑하는 남자 배우가 출연해 여심을 유혹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역시 여성 화장품 광고 하면 아름다움의 최전성기를 뽐내는 젊은 여배우들의 각축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추억의 화장품 광고를 훑어보면 어떤 여배우가 당대 최고 인기를 누렸는지,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어떻게 변해왔는지, 유행했던 화장법과 헤어스타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꽃이 되고자 하는 치열한 여성 화장품 광고 시장에서 꾸준히 모델로 출연하는 여배우가 있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제품과 모델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밖에. SK-Ⅱ 화장품 광고를 10년째 이어오고 있는 김희애가 그 주인공이다.

[2014 고객 감동 방송 광고] "운명도 아름다움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예요"
김희애는 데뷔 시절부터 연기력으로 평가받은 배우지만, 최근에는 나이 들어서도 미모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 특히 ‘물광 피부’가 화제가 되면서 중년 여배우의 평판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거기다 토크 프로그램 등에서 보여준 소탈함과 솔직함으로 팬들의 호감이 더 커졌다. “20대에는 선크림도 바르지 않을 정도로 뷰티나 패션에 무지했다. 화장품 광고에 출연하게 되면서 더욱 피부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거나, 자신이 광고하는 제품 중 하나인 피테라 에센스를 실제로도 아껴 쓰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화장품 광고 모델로서는 이상적이고 모범적인 답을 내놓고 있으니, 그가 광고하는 제품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수밖에. SK-Ⅱ 광고 속에서의 김희애의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은 정말 그녀가 실제로도 좋아하고 즐겨 쓰는 제품이기에 그러한 애정이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김희애가 출연하면서 SK-Ⅱ 화장품은 피부를 촉촉하고 맑고 투명하고 탄력 있게 만들어준다는 이미지를 쌓아왔다. “햇살 아래 야외 운동을 즐기지만, 전 기미 걱정 없어요”라든가 “방금 목욕하고 나온 듯 피부가 달라졌다”는 등의 발언 덕분이기도 하다. 여기다 최근엔 나이 들어도, 아니 나이 들수록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코미디 패러디까지 낳은 “놓치지 않을 거예요” 했던 광고에 이어, “운명도 아름다움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예요”라는 광고를 통해서다.

최신 광고 ‘운명’ 편은 영화 ‘대부’ 도입부 이미지로 시작해 ‘천국에 이르는 계단’의 한없이 긴 계단 이미지로 마무리된다. 흑백 단편 영화를 보는 듯 어두움에서 밝음으로, 정적인 남성적 분위기에서 부드럽게 상승해가는 여성적 분위기로 이끈다.

장식 없는 성당을 연상시키는 어둡고 너른 공간 안에 놓인 소파. 검은 양복과 모자 차림의 인물이 깊숙이 몸을 묻고 있다. 하이힐에 눈이 머물고 와인색 매니큐어를 바른 갸름한 손이 입술과 목을 스치며 내레이션을 시작할 때까지, 그 인물이 여성이란 생각을 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2014 고객 감동 방송 광고] "운명도 아름다움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예요"
“여자의 운명에 관한 오해는 나이 들수록 시든다는 거죠.” 그렇다. 우리는 나이 들어도 멋있는 숀 코넬리 같은 남자 배우는 많이 알고 있지만, 세기의 미녀들이 마녀처럼 늙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그건 오해란다. 고개를 들어 짙은 눈 화장과 매끈한 얼굴을 보이며 김희애는 그런 건 믿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밝힌다.

의자에서 일어선 김희애는 모자 속에 감춰둔 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흘리며 “운명도 아름다움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예요”라고 말하곤, 꼿꼿한 자세로 계단을 오른다. 여자가 나이 들어가도 시들지 않고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주인공이 바로 자신 아닌가. 그렇게 운명을 바꾸어갔기에, 마침내 계단 끝에 이르러 육중한 문을 열어 환한 빛을 맞이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그리고 운명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준 화장품 이름을 당당하게 밝힌다. SK-Ⅱ 피데나 에센스때문이라고.

광고의 잔상으로 역설적인 조합,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떠올리게 되는 데는 간결한 내레이션, 절제된 색채, 잘 디자인된 조명과 부드러운 카메라 움직임, 음악이라기보다 호흡이 느껴지는 사운드의 어울림을 꼽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잡티 하나 없이 매끈한 피부, 자신감이 묻어나는 잔잔한 미소와 그윽한 눈빛으로 시간을 극복해가는 노력을 보여준 중년 여배우 김희애가 그 중심에 있어, 여자와 화장품의 신화를 믿어보고 싶어진다.

옥선희 영화·방송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