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인 한국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가 내년 1월부터 영업사원의 실적을 처방액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는 새로운 경영실험에 나선다. 국내외 제약사를 통틀어 처음이다. 리베이트 영업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면서 기존 영업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도입한 제도다.
GSK가 내년 시행하는 ‘환자 최우선 프로그램’은 기존 처방액 기준의 실적평가를 정성평가로 바꾼 제도다. ‘월 처방액이 얼마’라는 식으로 평가해온 영업사원 실적을 ‘해당 의약품뿐만 아니라 질병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는 식의 정성평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GSK 영국 본사가 2011년부터 미국에서 이 제도를 시범 시행한 뒤 내년부터 글로벌 지사 확대를 결정함에 따라 한국GSK도 준비 작업을 마치고 내년 1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400여명의 한국 GSK 영업사원은 ‘영업실적 공포’에서 해방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기존에 비해 깊고 폭넓은 전문성이 새 평가척도가 되는 만큼 새로운 부담도 작지 않다.
한국GSK 관계자는 “해당 의약품과 질병에 대한 최신 정보를 의사와 공유하는 능력, 환자 입장에서 설명할 수 있는 소통기술이 새 영업평가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GSK의 새 평가시스템을 바라보는 국내 제약사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복제약 위주로 판매해온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방식이기 때문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