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부활…중저가 모바일칩 전략 통했다
중국 태블릿PC 업체 공략 등 판로 다변화
MS 윈도XP 지원 종료…PC 교체 수요 급증
'인텔 생태계' 구축 총력…스마트폰 시장도 겨냥
○MS 호재로 번 돈, 모바일에 투자
인텔은 지난 3분기 사상 최대 매출(145억5000만달러)을 올렸다. 분기 최초로 마이크로프로세서 출하량도 1억개를 넘어섰다. 주가는 1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운영체제(OS)인 윈도XP 지원을 종료하면서 PC 교체 수요가 늘어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매출 145억5000만달러 가운데 92억달러가 PC 부문에서 나왔다.
인텔은 호기를 놓치지 않고 대대적인 모바일 부문 투자에 나섰다. 중국 중소기업이 브랜드 없이 시장에 내놓는 중저가 태블릿PC인 ‘화이트박스 태블릿’을 공략하기 위해 저가 공급정책을 밀어붙였다. 보조금도 화끈하게 실었다. 전략은 먹혀들었다. 지나친 저가 공세로 실적은 좋지 않았지만 시장점유율은 확실히 높아졌다. 올 2분기 인텔은 모바일 시장의 터줏대감인 애플에 이어 태블릿 PC 프로세서 공급량 세계 2위에 올랐다. 3분기 3000만대의 태블릿 PC 칩 출하 목표를 달성한 인텔은 연내 4000만대 돌파가 무난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중저가형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통합 칩 ‘소피아’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 장악까지 노리고 있다.
○풀뿌리 생태계가 혁신 동력
인텔이 혁신의 화두로 삼은 것은 ‘생태계’다. PC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생태계라는 개념이 없었다. 몇몇 유명 제조회사가 하드웨어 시장을 나눠 갖는 과점의 시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중소 제조사들의 도약과 스스로 만드는(DIY) 하드웨어의 유행 등에 힘입어 하드웨어 시장도 다변화됐다. 수많은 IT기기 제조업체를 인텔이라는 울타리에 집어넣는 전략이 필요해진 것이다.
화이트박스 태블릿 ‘대박’도 생태계로 눈을 돌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올초 크르자니크 CEO가 “태블릿 4000만대에 들어갈 칩을 출하하겠다”고 선언했을 때만 해도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염두에 뒀다. 지난해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탭에 인텔 프로세서가 내장돼 올해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출시된 삼성전자 태블릿 PC 라인업에는 인텔 칩이 들어가지 않았다. 중국의 풀뿌리 제조사로 신속히 타깃을 바꾼 덕에 낭패를 피할 수 있었다.
팹(반도체 제조 설비) 출신인 크르자니크 CEO는 하드웨어 벤처기업에도 관심이 많다. 로마에서는 대표적인 오픈소스 하드웨어 플랫폼 ‘아두이노’와의 협력방안도 발표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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