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通)~이오’ 하면 온 나라가 웃고 ‘불(不)~이오’ 하면 근심에 싸였다. 세자의 시험성적 얘기다. 어린 봉황의 두 어깨는 닷새마다 치러진 성적에 따라 그 높이가 달랐다. 성적은 곧바로 왕에게 보고되고 장부에 철저히 기록됐다.

당대 최고의 석학인 스승들이 내는 문제가 쉬울 리는 만무했다. 문제가 적힌 대나무편을 뽑아 암송으로 답해야 하는 고강은 책 한 권을 통째로 외워야할 만큼 혹독했다. 자연히 두통, 불면증, 복통 등의 건강 이상에 시달렸다.

예비 국가 최고 지도자에게는 아픔도 사치다.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역량은 시련을 이겨낸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만이 갖는 특권이니 당연히 훈련이 필요했다. 일명 왕세자를 위한 비밀 심신 수련법이다. 그중 학습 활동의 두뇌 역량 강화를 위한 인두수련법(人頭修鍊法)은 오늘날에도 큰 효과가 있다. 방법은 이렇다.

책상 위에 모든 물건을 치우고 책 한 권을 편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긴 호흡을 내뱉어 기운을 안정화시킨다. 낭랑한 목소리로 천천히 음률에 맞춰 소리를 낸다. 자연스레 몸을 리듬에 맡겨 좌우로 움직여 파동을 준다.

이때 소리글인 한글은 입으로만 인식하고 뜻은 머리에 새겨야 한다. 500번 소리 내어 읽으면 책거리를 할 만한 암송의 경지에 이른다. 암기를 통해 두뇌를 확장하고 인내를 배워 학습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수련법이다.

이런 왕세자의 수련과 학습이 이뤄지는 장소 역시 특별했다. 세종은 세자인 향(珦)과 세자빈의 거처인 동궁(東宮) 자선당과 공부방인 보현각을 지었다.

세자의 공부방 겸 집무실인 보현각은 오늘날 우리네 왕자 공주들의 공부방과 흡사하다. 다만 왕세자의 공부방은 동쪽에 두고 책상은 방문을 향하되 마주치진 않았다. 오늘날 방문을 등지고 책상을 두는 것과 대조적이다. 가급적 동쪽을 등에 지고 뒷배를 든든히 한 것도 차이점이다.

이제는 시대가 변해 각 가정에 용을 꿈꾸는 왕자와 공주들이 쑥쑥 자란다. 그들의 꿈에 다가가는 최선의 방법은 하늘을 감동시킬 사람의 노력이다. 이런 노력에 운(運)이 더해지면 조금은 편한 길이 그들의 앞에 놓인다.

풍수학이 개운(開運)의 문을 연다면 억지춘향이라 손가락질을 당하더라도 한 번은 실천해 보기를 권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꿈이 해맑은 미소로 피어나길 바라는 바람이 간절한 까닭이다.

강해연 < KNL 디자인그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