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9월 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한국의 대외 투자 잔액은 1조515억달러로 외국인의 국내 투자 잔액(1조288억달러)보다 227억달러 많았다. 내국인의 대외 투자에서 외국인 투자를 뺀 값인 순국제투자 잔액이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4년 이후 처음이다.
내국인의 대외 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9월 말까지만 해도 외국인 투자보다 2139억달러 적었다. 이 차이는 작년 말 325억달러, 지난 6월 말 105억달러 등으로 꾸준히 좁혀졌다.
대외 투자는 대외금융자산, 외국인 투자는 대외금융부채에 해당한다. 대외 투자가 외국인 투자보다 많다는 건 한국이 외국에서 받을 돈이 외국에 갚아야 할 돈보다 많은 ‘순대외자산국’이 됐다는 의미다. 순국제투자 잔액이 플러스인 순대외자산국은 일본(3조865억달러), 중국(1조9716억달러), 독일(1조6605억달러) 등이다.
이상현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된 게 순자산국 전환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외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3분기의 경우 내국인이 해외 증권 투자 등을 늘린 영향으로 대외 투자가 전분기 대비 102억달러 증가했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 잔액은 원화가치 절하로 231억달러 감소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인의 원화 투자액을 달러로 환산한 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