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20일 오전 5시12분

[마켓인사이트] 토종PEF 찾는 BMW·사우디 재벌
독일의 자동차 명가인 BMW 가문이 국내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부다비투자청(ADIA), 사우디아라비아의 10대 재벌 등 중동의 ‘큰손’도 잇따라 국내 사모펀드 시장에 돈을 넣고 있다.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에 한정됐던 사모펀드 출자자 기반이 해외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다국화되는 사모펀드 출자자

BMW 가문의 재산을 전담 운용하는 아우다(AUDA)캐피털이 최근 스틱인베스트먼트에 3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신한은행 출신인 도용환 회장이 이끄는 사모펀드 운용사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견·중소 제조업에 주로 투자한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새로 조성한 펀드에는 아우다캐피털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ADIA, 말레이시아 공적연금인 EPF 등도 참여했다.

인프라 전문 PEF 운용사인 EQ파트너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10대 재벌로 알려진 알조마이 가문으로부터 1500억원을 출자받았다. EQ파트너스는 세계 발전설비 중 노후화돼 개선이 필요한 곳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중화권 자금도 유입

중화권 기관투자가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의 자회사로, 아시아 투자를 전담하는 파빌리온은 작년부터 스틱, IMM프라이빗에쿼티, 한앤컴퍼니, 앵커스파트너스 등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에 본격적인 출자를 시작했다.

KTB PE가 최근 조성한 중국 펀드에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참여했다. KTB PE는 정책금융공사와 호주 퀸즐랜드투자청(QIC) 자금을 반반씩 출자받아 호주, 뉴질랜드 등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도 운용하고 있다.

홍콩 투자자의 참여도 잇따르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올초 조성한 3호 펀드에는 홍콩계인 아시안 얼터너티브가 수억달러를 출자했다. MBK파트너스의 1, 2호 펀드에서 ‘앵커’ 역할을 해왔던 테마섹이 빠진 자리를 아시안 얼터너티브가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제조업 성장성에 ‘주목’

해외 기관들의 국내 사모펀드 출자는 한국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KR·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올초 4조원의 차익을 거두고 OB맥주를 판 것이 한국 사모펀드 시장에 관심을 높였다는 지적이다.

중동 큰손 등 일부 해외 투자자는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사모펀드업계의 관계자는 “UAE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국부펀드 규모가 큰 중동 국가는 자국 제조업 기반을 넓히기 위해 한국 등 제조업이 강한 나라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