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악몽 딛고 20~30%↑
전기, 中업체 부품공급 늘려
테크윈, 항공기 등 방산 집중
SDI, 외국인 저가매수 꾸준
◆전기·테크윈, 실적개선 발판
삼성전기 주가는 지난달 4만원까지 하락, 2009년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가 주가를 끊임없이 내리누른 결과다. 삼성테크윈 주가는 지난달 2만8050원까지 떨어지며 6년 만에 3만원 선 아래로 밀려났다. 삼성SDI가 기록한 지난달 저점 10만3500원 역시 3년 만의 최저가였다.
이후 3사 주가는 일제히 반등해 저점 대비 20~30%씩 뛰었다. 삼성전기의 18일 종가는 5만4400원. 한 달여 만에 36% 상승했다. 삼성테크윈(3만6450원)과 삼성SDI(12만7000원)도 최저가 대비 각각 29.9%, 22.7% 올랐다.
3사 중 삼성전기와 삼성테크윈은 실적 개선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반등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삼성전기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적자로 돌아서는 등 이익 감소세가 이어졌지만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는 평가다. 4분기엔 소폭 흑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업체에 부품 공급을 늘려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여가는 점이 바닥 탈출의 배경으로 꼽혔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화권 진출 성과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삼성전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며 “내년 1분기 베트남 공장이 가동되면 원가경쟁력도 좋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삼성테크윈은 항공기 엔진업체인 P&W와 차세대 민항기용 엔진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긍정적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항공기 부품과 방산 사업에서 수익성을 본격 확보하면서 성장에 재시동이 걸릴 전망”이라며 “4년간의 매출 정체와 구조조정, 반복되는 시행착오가 투자자들의 무관심으로 이어졌지만 이제 다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DI, 외국인 저가 매수 ‘눈길’
삼성SDI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조심스런 분위기다. 3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았고 이익 추정치도 계속 줄어들고 있어서다. 주력 사업인 소형전지의 삼성전자 의존도가 아직 높고, 자동차전지 등 차세대 사업의 수익 창출도 2~3년가량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만 “단기적으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더 나빠질 것도 없는 상태”라며 “고객사들의 신제품 출시가 본격화되면서 고수익 폴리머전지 출하량이 늘면 실적 구성이 조금씩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저가 매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지난 9월 말 25.9%까지 줄었던 외국인 보유 비중은 한 달 반 만에 27.3%로 높아졌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삼성SDI 주식을 31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