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섬 프로젝트' 마친 김춘옥 아름다운맵 이사장 "서귀포에 '미술' 입혔더니 생기돌더군요"
“제주 서귀포에 ‘미술의 옷’을 입혔더니 생기가 돌고 사람들의 발길이 더 이어지더군요. 미술을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료 작가들이 늘 고마울 따름이죠.”

예술도시조성사업 ‘서귀포 예술의섬 프로젝트’를 최근 마무리한 한국화가 김춘옥 재단법인 아름다운맵 이사장(67·사진)은 18일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이 사업을 계기로 제주 주민들이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귀포 예술의섬 프로젝트’는 아름다운맵이 제주도의 지원을 받아 이중섭미술관부터 소암기념관, 하얀성 카페, 칠십리교, 솔동산, 뉴경남관광호텔 부근에 국내외 작가 작품 10점을 설치한 사업이다. 프랑스 미술평론가 패트릭스 파트리스가 커미셔너를 맡은 이 사업에는 이탈리아 작가 마우로 스타치올리, 프랑스 레오나르 라치타, 스페인의 카스토 솔라노 등 세계적인 작가가 참여했다. 엄태정, 조성묵, 고순철, 박금옥, 강문석, 양병근, 양미경, 유창훈 씨 등 국내 작가들도 함께했다.

김 이사장은 “국제적인 작가들이 함께 모여 제주를 국제 문화예술의 섬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제주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단초”라고 말했다.

화가인 그가 왜 제주를 예술의 섬으로 만들려 했을까. 일본 가가와현 해안에 자리 잡은 둘레 16㎞의 작은 섬 ‘나오시마’가 20여년간의 작업 끝에 대형 미술관으로 바뀐 것에 그는 주목했다. ‘관광 도시’ 제주에 예술을 연계하면 더 많은 관광객이 찾을 거라는 생각도 작용했다.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의섬 프로젝트’에 반신반의했어요.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고요. 조각, 회화,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협업을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더니 모두 감탄하더군요.”

김 이사장은 “공공미술사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업의 좋은 취지에 비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인건비까지 작품 재료비로 쓸 정도니까요.”

그는 “조각, 회화,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협업을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며 “공공미술은 시설 개선이나 리모델링이 아니라 공공 집단예술이라는 점에서 미술의 새로운 한 장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공공미술의 근본 취지가 자신의 화풍과 맞아 떨어진다고 했다. “제 그림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자연과 자연이라는 관계성을 추구하는 겁니다. 예술의섬 프로젝트 역시 제주라는 캔버스에 주민과 마을, 마을과 마을, 주민과 주민의 관계성을 수놓는 작업이지요.”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미술문화상(2007년), 옥관문화훈장(2003년)을 받았다.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이사장, 한국화여성작가회장, 한국미술협회 수석부이사장을 지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