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미국 증시는 미국과 일본의 경제 지표가 실망스럽게 나온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부양책 시행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등장하면서 혼조세를 나타냈다.
전날 후강퉁 시행 첫날을 맞았던 코스피는 1940선 부근에서 약보합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와 홍콩 증시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이 처음으로 실시되면서 국내 증시에 수급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그 여파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엔화 약세도 속도 조절을 보였다.
증권 전문가들은 엔저와 수급 경계감으로 '눈치보기' 장세가 연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환율과 수급 구도상 코스피 상승과 하락이 모두 제한되는 교착국면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엔저 현상이 재차 촉발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엔화 약세를 추가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변수가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전날 일본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내년으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이 보류되고 조기 총선이 실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엔화 약세 압력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 연구원은 "수출주가 일관성을 보이며 주도주로 나서기 어려운 구간"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BOJ의 추가 양적완화와 대규모 재정투입 등 추가 경기 부양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BOJ에 시선이 쏠린 이유다.
삼성증권 허진욱 연구원은 “BOJ가 발행국채의 전량을 인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세 인상 연기가 가시화될 경우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엔화 가치 급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아람 NH농협증권 연구원도 "BOJ의 유동성 공급과 일본 공적연금(BPIF)의 해외 투자 확대로 엔화 약세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며 국내 증시가 단기간 내 반등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수급 부문에서도 후강퉁 시행으로 국내 증시를 향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면서 외국인 매수 공백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투자증권은 낙폭과대 경기민감업종의 반등이 연속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이현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 화학, 정유, 조선 등 여러가지 악재로 하락폭이 컸던 업종이 10월 중순 이후 코스피 반등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단기 반등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까지도 연속성을 이어가고 있다"며 "유가 상승과 원화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 상대적으로 경기민감주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