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한국 농산물 경쟁력 충분…검역 등 장벽 해소 협상 필요"
정관장 인삼·바나나우유, 美·중국산보다 비싸게 팔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지난 15일 중국 상하이 푸둥 중심가에 있는 상하이 3대 백화점인 ‘바바이반(八百伴)’. 지하 수입과일 코너에는 하나에 3만원 정도인 유기농 사과를 카트에 담는 중국 주부 모습이 여럿 보였다.
한국산 신선채소나 과일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백화점 수입과일 담당자 차이징리 씨는 “안전성이 높고 품질이 더 좋다는 소문에 한국산 농산물을 찾는 중국인이 많지만 검역 문제 때문에 중국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 농산물을 수출만 하면 잘 팔릴 것이라는 환상이 여지없이 깨졌다”고 안타까워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 지 나흘 만인 지난 14일. 농촌에 지역구(전남 순천·곡성)를 둔 이 의원, 한·미 FTA 체결 주역인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 벤처 농업인 출신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이 이날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벤처 농업인 48명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과의 FTA 체결에 따라 농축산업계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공감대로 현지 시장 탐색에 나선 것이다.
‘한국 벤처 농업인 중국 시찰단’은 상하이 최대 과일 전문 도매시장인 룽우(龍吳) 시장을 둘러본 뒤 나날이 발전하는 중국의 농수산물 유통 기술에 얼굴 표정이 어두워졌다. 25만㎡ 규모의 룽우 시장은 상품 검사부터 동식물 검역, 항구에서 물건을 직접 실어나를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을 갖췄다. 통관 업무부터 냉동 등의 모든 업무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영주 농림축산식품부 사무관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낙후된 유통 시설 때문에 한국산 제품의 신선도나 안전성이 경쟁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의 기술 수준을 거의 따라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찰단은 품질 좋은 고가(高價) 농산물이나 가공식품을 앞세우면 거대 중국시장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는 점도 동시에 확인했다. 고급 농수산물을 파는 홍콩계 ‘시티슈퍼’의 신선우유 판매대에는 한국산 ‘바나나맛 우유’가 진열돼 있었다. 멸균 우유가 대부분인 중국에서 한국산 생우유는 최근 2~3년 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지 판매가격은 8.5위안(약 1500원)으로 중국산 우유보다 두 배 이상 비싸지만 “믿을 수 있는 식품이라는 생각에 계속 찾게 된다”(주부 쉬옌훙 씨)는 게 중국인들의 인식이다. 상하이에서는 ‘바나나맛 우유’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말 73.1%를 차지했다.
바바이반 백화점에서도 국내산 인삼 제품은 큰 인기를 끌었다. 인근 월마트에서 팔리는 서양삼 한 냥(37.5g)의 가격은 20~100위안(약 3600~1만8000원). 정관장은 이보다 최대 5배 이상(약 524위안) 비싸지만 꾸준히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주부 레나황 씨는 “한국 인삼의 질이 미국산보다 훨씬 좋아 가격 비교 없이 바로 집어든다”고 말했다. 대(對)중국 인삼 수출은 2009년 109만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74만달러로 70% 이상 성장했다.
김종훈 의원은 “소비자들의 이런 호감을 수출로 연결시키려면 정부가 중국 측 비관세 장벽을 낮추기 위한 추가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중국 사람들의 입맛과 기대 수준이 변하기 전에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하이=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