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소프트웨어(SW)업계 발전과 인재 육성을 위해 국내 인터넷 회사로는 처음으로 대학원대학을 설립하기로 했다. 대학원대학은 학부 과정 없이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만 운영하는 학교를 말한다. 네이버는 대학원대학 설립을 위해 교육부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 이르면 2016년께 개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16일 “소프트웨어업계 인재 양성을 위해 전문 교육 과정을 갖춘 대학원대학을 설립하기로 했다”며 “부지와 건물 확보, 정부 인가 등의 과정을 거쳐 학교를 세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00억 투자…'한국형 스티브 잡스' 키운다

네이버가 대학원대학을 설립하는 것은 작년 3월 문을 연 네이버의 소프트웨어 전문 교육기관인 NHN넥스트(NEXT)를 업그레이드하는 목적도 있다. 네이버는 2011년 NHN넥스트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형 스티브 잡스’를 키우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1000억원 이상을 소프트웨어 교육기관 설립과 운영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네이버가 지난 2년 가까이 NHN넥스트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정식 대학교가 아닌 탓에 학위를 인정받지 못해 학생들의 휴학률이 40%를 넘었던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작년(1기) 신입생 모집 당시 1000명이 넘는 지원자 가운데 86명만 합격할 정도로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입학했다. 그러나 중도에 이탈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투자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커졌다.

NHN넥스트 관계자는 “NHN넥스트는 과거엔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교육 과정을 실험해 왔으나 현실의 벽이 높았다”고 말했다.

설립 취지와는 맞지 않게 현장 중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이같은 문제점은 네이버가 소프트웨어 교육 체계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결국 대학원대학을 설립해 학생들이 정식으로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또 대학원대학은 더욱 깊이 있는 전문가 양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NHN넥스트는 고등학교 졸업자뿐만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전면 개방하고, 설립 취지에 맞춰 ‘현장형 교육’을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개방형 온라인 플랫폼을 도입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앞으로 NHN넥스트는 초등학생, 중소 상공인, 퇴직자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비전공자 등에게도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정해진 학기(연 3학기)에 맞춰 수업을 진행했던 것도 일부 개편해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커리큘럼 위주의 유연한 수업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개발자와 교수 등으로 구성된 기존 NHN넥스트 교수진 호칭은 최근 ‘연구원’으로 변경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대학원대학이 NHN넥스트를 흡수할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