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군 대덕면에 있는 한 펜션 바비큐장 화재 현장에서 16일 경찰 과학수사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요원들이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담양군 대덕면에 있는 한 펜션 바비큐장 화재 현장에서 16일 경찰 과학수사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요원들이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담양군 대덕면에 있는 한 펜션 바비큐장에서 불이 나 투숙했던 대학생 등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16일 담양소방서에 따르면 15일 밤 9시45분께 담양군 대덕면 매산리 황토흙집펜션 내 58㎡ 규모의 야외 바비큐장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나주 동신대 고모씨(여)와 졸업생 유모씨 등 4명이 숨지고 펜션 주인 최모씨(55) 등 6명이 화상을 입고 광주시내 병원 4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불이 난 바비큐장에는 나주 동신대 패러글라이딩 동아리 소속 재학생과 졸업생 26명이 인근에서 패러글라이딩 훈련을 한 뒤 숯불구이 파티를 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비큐장에 있던 학생 이모씨(22)는 “고기 불판 아래 숯불의 불이 거세게 올라와 누군가 불을 끄려고 물을 붓는 순간 ‘펑’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기름과 불티가 튀어 불은 순식간에 억새와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지붕과 나무바닥 등 화재에 취약한 구조의 바비큐장과 인접 공동취사장으로 번졌다.

불이 나자 경찰과 소방대원, 담양군 공무원 등 100여명이 35대의 소방 장비 등을 동원해 진화와 수습·수색 작업을 벌였다. 사망자의 시신들은 모두 바비큐장 출입구 근처에서 한데 엉킨 채 발견돼 이들이 대피하던 중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숨진 졸업생 남성 1명은 곧 결혼을 앞둬 유족과 선후배들의 비통함이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화마가 덮친 목조 바비큐장과 공동취사장은 모두 무허가 건물로 밝혀졌다. 이 펜션 바비큐장은 건축물 대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시설물이었다. 담양군의 한 관계자는 “바비큐장은 건축물 신고를 하지 않고 임시 시설물로 쓴 것 같다”며 “벽과 지붕이 있으면 건축물로 봐 신고 대상인 만큼 현장에서 정확한 상황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불씨가 날릴 수 있는 숯불을 사용하는데도 안전 점검은 사실상 소홀히 이뤄져 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펜션도 농어촌정비법상 관광 편의를 위한 민박에 해당돼 건축법상 다가구주택으로 분류되지만 위생이나 환경, 청결만 주기적으로 점검받을 뿐 안전사고에 관해서는 사실상 단속 사각지대였다. 이곳은 40여명을 수용하는 대형 연회장에다 공동취사장까지 갖추고 있지만 화재 점검을 하는 특정 관리대상 시설물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바비큐장에는 소화기 등 소방 시설이 전무했으며 다른 객실에 있던 소화기도 1분을 채 사용하지 못하는 등 부실해 화재에 속수무책이었다.

한편 이 펜션의 실질적인 주인은 광주 한 구의회의 최모 의원(55)인 것으로 알려졌다.

담양=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