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16일 열린 국회와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간 영상회의 시연에서 정의화 국회의장(맨 오른쪽)이 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ETRI 제공
국회에서 16일 열린 국회와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간 영상회의 시연에서 정의화 국회의장(맨 오른쪽)이 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ETRI 제공
고가의 외국산 영상회의 장비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 시스템이 개발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16일 국회 본관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를 연결해 끊김 없는 영상회의를 시연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영상회의 시스템은 대부분 외국산 하드웨어로 구축돼 있어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유지·보수도 쉽지 않았다.

ETRI가 이번에 개발한 ‘기가 큐릭스(Giga Curix)’ 시스템은 핵심 기능을 하드웨어 대신 소프트웨어로 대체해 제품 가격을 크게 낮췄다. 영상회의 시스템의 핵심 기능인 다지점 제어장치(MCU)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해 지난 7월부터 정부 영상회의 시스템과 연계하는 시험을 진행해 왔다. 불안정한 네트워크 환경에서도 영상과 음성의 손실을 최대한 실시간 복구할 수 있는 기술도 적용했다. 수입 모델과 비교할 때 3분의 1 가격으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는 게 ETRI의 설명이다.

스마트폰으로도 영상회의에 참가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문서 공유나 동영상 재생, 글쓰기 등의 다양한 기능도 추가했다. 사용 기관의 필요에 따라 기능을 쉽게 추가할 수 있고 유지·보수도 간편하게 구성했다.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만큼 연간 29억달러(약 3조2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영상회의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ETRI는 기대하고 있다.

최완 ETRI 클라우드컴퓨팅연구부장은 “정부 기관의 세종시 이전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으로 영상회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외국산 장비가 독점하던 영상회의 장비를 국산화해 저변을 확대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