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사장이 뭐 대단하다고, 보은·특혜냐"
강원랜드는 13일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호텔과 컨벤션호텔에서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달아 열고 신임 대표이사에 함승희 전 국회의원(63·사진)을 선임했다. 부사장엔 김경중 비알코리아 고문(55)을 임명했다.

함 전 의원은 강원 양양 출신으로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대전지검 서산지청장을 지냈다. 2000년 16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서울 노원갑(甲)에 출마해 당선됐다.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까지 지냈지만 2007년 친박(친박근혜) 캠프에 합류해 친박연대 최고위원을 맡았다.

이 같은 인연으로 강원랜드 주변에선 주총 전부터 함 전 의원이 강원랜드 사장으로 일찌감치 내정됐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이날 이사회가 끝난 오후 3시께 함 신임 사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강원랜드 사장으로서 포부를 밝혀달라.

“내가 강원도 태생이다. 강원랜드의 역할은 폐탄광 지역의 4개 시·군을 포함한 강원도 전체 지역의 발전을 위해 공적으로 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바로 제가 고향을 위해 봉사하는 길이다.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관피아(관료+마피아 합성어)’들이 물러난 공공기관을 ‘정(政)피아’ 들이 차지한다는 논란이 있는데.

“내가 10여년 전에 잠깐 국회의원을 했기 때문에 정치인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피아니 관피아니 하며 무조건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치의 ‘끄나풀’이 전혀 관계도 없는 공기업 사장이 되거나, 공직에 있었다는 이유로 전혀 관련 없는 산하단체장으로 가서 그쪽 사람들과 유착이 되는 게 폐단인 건 맞다. 그러나 나는 정치할 때도 원칙에 벗어나는 걸 용납한 적이 없다. 지금도 여당이나 야당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고 오히려 국회의원을 해봤기 때문에 더 잘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친박연대 소속이라서 말이 많은 것 아니겠나.

“친박연대로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도 해먹고 이득도 봤지만, 저는 2007년 이후로 국회의원 근처에 가본 적이 없다. 이 자리가 내가 그동안 살아온 경력에 비춰보면, 큰 혜택이고 보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자리가 없어서 노는 사람들에겐 이 자리가 과분한지 모르겠지만, 나한텐 아무것도 아니다. 권력도 돈도 명예도 없는 자리인데, 무슨 보은이고 특혜냐(언성을 높이며). 잠시 정치적 행보를 같이했다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자리에 앉는 사람들이 문제지, 나하곤 아무 관계 없는 자리다.”

▷그래도 정치권이나 강원랜드 주변에선 두 달 전부터 이름이 오르내렸다.

“(내 이름이 거론된다고 해서) 처음엔 난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들었다. 근데 이게 강원도 사람이어야 하고, 지역발전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주민들이 공감한다고….”

▷그동안 경력을 보면, 관광레저 분야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는 것 아닌가.

“관광사업을 하는 순수 영리단체, 즉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그만이라고 하면 저 같은 사람은 안 어울릴 수 있다. 그러나 강원랜드는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공기관이다. 영리기업인 동시에 공기업이다. 공기업이란 건 공공성이 강해야 한다. 공공성이라는 건 공정성과 공익성이 강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선 국회의원 및 검사로서의 경력과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특수 공기업에 대해선 돈벌이 머리가 창조적이냐보다 공공성이 얼마나 강한가, 사적인 이익을 배제할 수 있느냐가 경영자의 첫째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취임후 가장 중점을 둘 사항은.

“강원랜드가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많은 사람의 이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 수익성이 높은 기업이다 보니 돈을 둘러싼 잡음도 많다. 이런 소지를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문제에도 신경을 쓸 것이다. 기업 이미지도 바꾸겠다. 카지노 등 도박보다 관광과 레저를 중시하는 회사가 돼야 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