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11일 오전 1시11분

이랜드그룹 핵심 계열사인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은 2010년 이후 ‘BBB+’의 신용등급을 적용받고 있다. 유통 및 패션 중심의 안정적인 사업구조와 괄목할 만한 매출·이익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가들의 투자기피 대상인 BBB급 평가에 갇혀 있다.

더욱이 빚에 의존한 기업 인수로 거의 모든 자산을 대출 담보로 제공한 데다 회사채 발행 주기가 눈에 띄게 짧아져 이랜드 신용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작년 5000억원 현금수지 적자

[마켓인사이트] 이랜드, 기업인수로 '현금 싱크홀'…年이자 2200억
이랜드그룹 최상위 지배회사인 이랜드월드는 작년 6조1772억원의 연결 매출과 456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8.5%로 ‘유통 공룡’ 롯데쇼핑(5.3%)과 이마트(5.6%)를 뛰어넘는다. 경쟁업체들이 고전한 올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27% 늘어난 313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중국 패션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국내 패션(이랜드월드)과 ‘뉴코아아울렛’·‘2001아울렛’(이랜드리테일) 사업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낸 덕분이다. 이랜드그룹은 백화점과 아울렛 등 55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보유한 패션 브랜드는 30종에 이른다.

하지만 매년 번 돈보다 빠져나간 돈이 훨씬 많다. 공격적인 확장 전략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 분석에 따르면 작년 이랜드월드의 투자지출 금액은 9051억원에 달했다. 올 상반기에도 2075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 때문에 지난 5년간 최종 현금수지(잉여현금 흐름)는 매년 적자였다. 작년엔 5156억원의 잉여현금 흐름 적자를 기록했다. 정성훈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국내 신규 점포 출점과 국내외 패션사업 관련 유통망 확장 등을 진행하면서 잉여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총 차입금 4조5000억원 넘어

신용평가사들은 이랜드그룹이 빚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지난 6월 말 이랜드월드의 연결 총차입금은 4조5498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365%. 작년 금융비용으로만 2243억원을 지급했다.

이 기간 이랜드그룹은 과감한 기업 인수를 진행했다. 2010년 이후만 봐도 화성산업 유통사업 부문, ‘만다리나덕’과 ‘K·SWISS’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이월드(옛 우방랜드), 사이판 ‘PIC리조트’ 등을 사들였다.

추가적인 기업 인수는 이랜드그룹 유동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랜드월드는 최근 회사채 발행신고서에서 “담보여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금융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신용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털어놨다.

○한 달에 한 번꼴로 회사채 발행

이랜드그룹 계열사들의 회사채 발행은 올 하반기 들어 잦아졌다. 이랜드월드는 올 5~11월에 여섯 차례, 이랜드리테일은 6월 이후로 다섯 차례 회사채를 발행했다. 대부분 사모사채이고, 만기는 2년 이내다. 금리는 연 4~5%다. 단기 사채의 잇따른 발행은 잦은 만기도래로 이어져 재무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랜드그룹이 ‘기업공개(IPO) 카드’를 꺼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IPO를 통해 들어오는 자금으로 재무구조를 단기간 내 큰 폭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IPO를 추진하면 유동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IPO뿐만 아니라 주식을 활용한 자금조달 자체를 기피해온 만큼 단기간 내 추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태호/하헌형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