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9일부터 17일까지 중국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미얀마 네피도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및 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의, 호주 브리즈번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에 잇따라 참석하는 강행군에 나선다.

특히 박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베이징에서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실질적 타결 선언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들 다자회의는 박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지난해 모두 데뷔전을 치른 만큼 올해의 경우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확보함과 동시에 창조경제 세일즈를 통해 대한(對韓) 투자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데 힘을 쏟을 전망이다.

우선 박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에서 10일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와의 대화'로 제22차 APEC 정상회의 일정을 시작한다.

다음날 이어지는 APEC 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아태 지역의 미래질서 구축을 향한 동반자적 협력 강화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상생과 공동번영을 위한 창의적 제안을 함으로써 APEC의 발전에 기여하고 APEC내 주도적 중견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12일에는 미얀마 네피도로 이동, 이튿날 오전 제9차 EAS와 오후 제17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 연속으로 참여한다.

오는 14∼16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는 저성장·고실업 등 국제사회가 직면한 문제와 관련, 우리의 성장전략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설파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번 순방 기간 확정된 양자회담 중 단연 주목되는 것은 한중 정상회담이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은 이번이 5번째다.

두 정상이 지난해 초 나란히 취임한 뒤 다른 나라 정상에 비해 가장 자주 만난 것으로 그만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방증인 셈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무엇보다 두 정상이 무려 30개월간 끌어온 한중 FTA 협상에 마침표를 찍을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중국과의 FTA 타결은 인구 13억명의 거대 내수시장을 보유한 세계 2위 경제대국의 빗장이 풀리는 동시에 미국, EU(유럽연합)와의 FTA에 이어 우리나라의 경제영토가 크게 확장된다는 의미가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일단 전망은 밝다는 얘기가 외교가에서 흘러나온다. 여전히 상품분야를 비롯해 서비스 시장 개방 등 핵심쟁점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지만,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정부가 지난 6일 베이징에서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제14차 협상에 착수했으며, 협상 수석대표도 장관급으로 격상해 '빅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북핵 등 북한 문제도 주요 의제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나 드레스덴 구상 등에 대한 중국 측의 지지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최근 북한이 남북 2차 고위급 접촉을 '대북전단'을 빌미로 사실상 무산시키면서 조성된 남북 경색 국면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또 중국은 자국이 추진하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에 한국의 참여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어 어떠한 결론이 날지도 관심을 끈다.

한중 정상회담이 이처럼 풍부한 성과를 예고하고 있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은 이번에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이 회담 성사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있는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APEC 무대에서 중국과 일본이 회담을 하기로 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일 정상도 만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의 태도 변화가 없이는 회담 성사가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견지하는 분위기다.

다만 아베 총리와는 미얀마에서 열리는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는 등 4차례의 다자회의에서 수차례 같은 공간에 있게 돼 두 정상간 대화가 오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양국 정부가 회담 일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상 G20 정상회의 기간에 열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회담이 성사된다면 지난 4월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이후 7개월 만의 만남이다.

이럴 경우 두 정상은 전작권 전환 연기 이후 한반도 안보상황, 북핵 위협에 대한 대북공조 방안, 남북 제2차 고위급 접촉 무산에 따른 남북관계, 북한 인권문제, 막바지 협상 중인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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