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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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대규모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서면서 증권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엔저(低) 2차 공습’으로 일본과 수출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수출주들이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엔저 땐 주식 투자자들의 대응 방식이 단순했다.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수출주에서 탈출, 내수주로 갈아타는 게 모범 답안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좀 다르다.

첫 번째 변수는 달러화 환율이다. 지난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연중 고점인 1090원을 돌파했다. 달러화에 비해 원화가 심한 약세란 얘기다. 엔화 변수를 빼놓고 생각하면 수출주들에 유리한 환경이다. 수출주들의 주가가 연일 큰 폭으로 등락을 반복하는 것도 엔화 약세, 달러화 강세가 함께 나타난 여파라는 분석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화 약세 속도보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빠른 만큼 수출주 투자자 입장에선 득보다 실이 많다고 전제하고 투자해야 한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이 더딘 점까지 감안하면 수출주가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외국인 수급을 따질 때도 달러화 강세는 악재다. 원화가 더 약세로 가면 주가가 올라도 환차손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한 외국인들이 서둘러 한국 주식을 정리해서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연일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계 자금은 반대의 이유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지만 달러 자금에 비해선 규모가 미미하다.

환율과 관련성이 적은 내수주에 투자하기도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하반기 들어 내수주들의 주가가 급등, 가격 매력이 떨어진 탓이다. 최근 기관을 중심으로 중소형 내수주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있고 업황도 좋은 내수주를 찾는 게 비교적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매도 규모에 비해 원화 약세가 심하다는 것은 금리 추가 인하 기대가 크다는 의미”라며 “업황, 배당, 금리 이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내수주 중 증권을 포함한 금융주들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