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神' 김성근 靑 특강 "손가락질을 피한다면 리더 자격 없다"
“리더는 존경받는 자리에 오르려고 하면 안 됩니다. 세상 모든 손가락질을 이겨야지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새 사령탑이 된 김성근 감독(사진)이 정의내린 리더의 모습이다. ‘야신(野神·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김 감독은 7일 청와대 직원들을 상대로 한 특별강연에서 “내가 욕을 바가지로 먹더라도 내 뒷사람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피한다는 것 자체가 리더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위에 선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생각하면 안 되고, 뚝심있게 가야 한다”며 “벼랑 끝에서, 절망 속에서 나오는 리더의 아이디어가 조직을 살린다”고 말했다.

그는 ‘승리에 대한 절실함’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김 감독은 “누구나 이기고 싶어하고, 중요한 건 얼마나 절실한가의 문제”라며 “더럽든 재미없든 다른 사람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선수의 자존심보다 더 중요한 건 조직의 승리”라며 “승부의 세계는 현실이고 동정이나 위로는 필요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프로는 이겨야 한다. 내일부터 한화 선수들이 많이 쓰러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감독은 “모든 일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시작을 못 한다”며 “선수들이 훈련할 때 위험할까봐 걱정하거나 불쌍하다고 생각하면 리더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정함이라는 건 애정에서 나오는 감정”이라며 “비정함이 지금 사회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한 번도 똑같이 야구한 적이 없다”며 새로운 시도와 예상을 뛰어넘는 사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언제나 비상식적으로 살아왔다. 비상식은 앞에 길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길로 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직원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사람은 버리지 말고 살려야 한다”며 “누구에게나 1%의 가능성이 있고, 위에 선 사람은 1%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조직에 필요한 사람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얼마만큼 세밀하게 그 사람(조직원)을 판독하느냐에 따라 사람을 죽일 수 있고 살릴 수도 있다”며 “선수가 조직 속에서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야단쳐도 움직이지 않으면 리더에게는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에 혼내는 게 아니라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야단쳐봐야 감정적인 차이만 생기고, 멀어지면 조직으로서는 손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특강에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정진철 인사수석 등 청와대 직원 250여명이 참석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