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포커스]현대엘리베이터 분석보고서 4년 만에 등장한 이유
'엔저 공습' 여파로 국내 기계업종 대표주(株)들의 주가가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현대엘리베이터만 정반대로 급등세다. 불과 일주일여 만에 주가상승률은 40%에 이르고, 매매일 기준으로는 8일째 급등세다.

특히 2010년 이후로 4년 동안 단 한 번도 구경할 수 없었던 여의도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의 분석보고서까지 잇따라 나와 시선을 끌고 있다. 기관투자자는 지난달 6일부터 전날까지 하루만 빼놓고 날마다 이 회사 주식을 샀다.

◆ '전장에 핀 꽃' 현대엘리베이, 일주일 만에 40% 올라 5만원대 회복

6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기계업종지수는 전날까지 닷새 연속 하락해 이 기간 동안 시가총액(주식을 시가로 표시한 금액)도 5300억원 이상 허공으로 사라졌다. 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달 28일 종가 기준으로 3일 만에 10% 이상 급반등에 성공, 이후로 8거래일째 강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날도 전날보다 장중 한때 4% 가까이 올라 5만1000원을 뛰어넘는 등 '브레이크 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5만원대 주가는 지난 3월 이후 8개월 만에 회복한 것이다.

3년 전 한때 주가가 19만원 위에서 거래되기도 했던 현대엘리베이터. 그 동안 투자자들이 철저하게 등을 돌려왔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해오며 9년 동안 1조원 이상을 쏟아부어야 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시장에서 '배를 태운 엘리베이터', '현대그룹 구원투수'로 불려야 했던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의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현대상선 지분확대 또는 유상증자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부터 다양한 파생상품 계약을 맺어 손익계산서상 5141억원의 비용을 치렀고, 영업을 통한 현금 4662억원과 4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6508억원을 조달해 1조17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 '2015년 희망' 본 주가 꿈틀…4년여 만에 애널 분석보고서 등장하기도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가 지난달 말부터 최대주주 등 지분변화 소식에 힘입어 오랜만에 큰 폭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현대그룹리스크, 현대상선 파생계약, 현대그룹 구조변화 등 주요 주가할인 요소가 해소되고 있어서란 분석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과 지난달 29일 잇따라 현대엘리베이터의 분석보고서가 나왔다. 2010년 10월 당시 솔로몬투자증권(현 아이엠투자증권)과 같은 해 1월 KB투자증권 분석보고서 이후 처음으로 나온 보고서다.

이트레이드증권 강상민 연구원은 '배가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라는 분석보고서에서 "실질적인 현대상선 대주주로서 역할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현대증권 매각을 통한 그룹의 핵심 자구안 이행이 임박한데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본업의 실적이 모두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먼저 현대상선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지분에 대한 지원이 마무리 단계인데 2006년 이후 19건에 달하는 파생계약이 2014년부터 적극적인 정산으로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반기말 기준으로 현대상선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계약은 8계약, 896만여주(지분 5.09%)가 남아있다는 것. 이는 작년 말에만 해도 16건, 2112만주에 달했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자산가치 훼손도 끝이 보인다는 것. 강 연구원은 "전체적으로 현대상선 관련 파생계약 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게다가 현대상선 주가까지 상승세를 타면서 파생계약에 따른 자산가치 훼손은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경영권 방어 임무도 일단락되고 있다. 그 동안 꾸준한 지분인수와 우호지분 확대를 통해 9월30일 기준 현대상선에 대한 현대그룹의 지배력은 37.8%에 달해 현대중공업(12.9%)과 현대삼호중공업(5.7%)의 18.6%에 비해 눈에 띄게 앞선 것. 현대건설이 보유중인 6.1%를 합해도 현대그룹 측이 확실한 지배력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 8년 간 기다린 엘리베이터 산업…현대엘리베이터 주가 상승여력 '80%'

엘리베이터 업황이 글로벌 호황기를 맞이했다는 전망도 눈길을 끈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우 기계담당 연구원은 '8년 간의 기다림, 엘리베이터 산업'이란 분석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기계산업은 항공기 산업 이외에 엘리베이터 업항도 초호황을 맞고 있다"면서 "국내 부동산경기 개선과 안전문제 부각에 따른 유지보수 수요증가 그리고 기술력 기반의 해외 엘리베이터 수주증가가 핵심포인트"라고 말했다.

업종 내 최우선 선호주(top pick)는 현대엘리베이터. 이 회사의 본업(승강기, 자동화설비)은 2011년 이후로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고,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겸비한 종목으로 우뚝섰다는 분석이다. 목표주가는 8만9200원으로 제시돼 현 주가보다 80% 가까이 상승여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엘리베이터 산업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국내에선 특히 관심이 없었는데 엘리베이터 업종을 본업 요인으로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아직도 기계업종의 관점을 건설기계나 공작기계, 플랜트 등에만 두는 것은 글로벌 업황과 배치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약 5000억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글로벌 엘리베이터 업종은 현재도 두자릿 수 성장이 나타나고 있는 고성장업종"이라며 "이 시장에서 한국 기계업체의 성장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점은 그동안 방치해놨던 엘리베이터 산업을 관심있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실제로 1984년 설립 이후 20여년이 지난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액 1조원을 웃도는 등 6~7년 전부터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작년엔 외형이 전년 대비 16.4% 성장한데 이어 올 상반기는 이미 25.5% 증가,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하는 가파른 성장세다.

2013년 영업이익률이 9.2%까지 올라서며 986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올해 첫 1000억원을 돌파, 1131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 연구원은 "업계 선두권인 오티스(Otis), 쉰들러(Schindler) 등도 매출성장이 진행중이지만, 이보다 더 눈에 띄는 점은 중국 로컬업체와 한국 업체의 시장점유율 증가"라며 "즉 2군업체의 성장이 가능할 정도로 글로벌 호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