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실현 매물에 발목잡힌 중소형株
코스닥시장이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대형주 대비 상대적 강세를 보이던 중소형주들도 이달 들어선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알짜 중소형주’들의 상대적 가격 부담은 커지는 반면 대형주의 저가 매력은 살아나고 있다. 당분간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닥, 실적 부진·엔저 ‘이중타’

코스닥지수는 6일 8.46포인트(1.57%) 하락한 531.81로 마감, 나흘째 약세를 이어갔다. 전날 약보합에 이어 소폭이나마 반등에 성공한 코스피지수와는 상반된 흐름이다. 지난달까지 코스피 대비 상대적 강세를 유지했던 코스닥은 이달 들어 4.81% 급락하며 더 큰 조정을 받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은 1.42%에 머물렀다.

어닝시즌이 중반을 넘어선 가운데 대표 종목들의 실적 부진이 잇따르면서 차익실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3분기 실적을 공개한 파라다이스는 2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소식에 2만9100원으로 6.58% 급락했다. 지난 3월 이후 8개월 만에 3만원 선 아래로 밀렸다.

전날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밝힌 컴투스(-9.09%) 게임빌(-9.54%) 등은 이날 4분기 실적 둔화 우려가 불거지며 되레 급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은 올 들어 어닝시즌 막바지 국면에서 급락했다 반등하는 패턴을 매 분기 반복하고 있다”면서 “주가 상승폭이 큰 만큼 실적 부진의 주가 충격도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엔화 약세 여파까지 겹치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이사는 “코스닥엔 자동차 부품주나 엔터주처럼 엔화 매출 비중이 큰 종목이 상대적으로 많다”면서 “대형주에 비해 투자심리가 더 안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주 vs 중소형주 ‘시소게임’

중소형주에 대한 차익실현은 비단 코스닥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그동안 강세 흐름을 유지해 온 화장품·의류·생활가전 관련 중소형주들이 내림세로 돌아섰다. 코스맥스는 이날 7% 넘게 하락하는 등 지난달 중순 이후 오름세가 꺾였고, 베이직하우스 엠케이트렌드 대현 등도 이달 들어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고 봤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실적에 대한 민감도가 커질 것”이라면서 “중소형주들은 여전히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 강세 등의 여파로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우선적인 차익실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차례 조정이 지나간 후엔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수익률 ‘키 맞추기’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오 이사는 “중소형주는 가격 부담이 큰 반면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주가가 떨어진 대형주는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많지 않다”며 “중소형주의 일방적인 강세가 지속되기보다는 번갈아가며 오르내리는 ‘시소게임’과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