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예금자에게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사례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독일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예금자가 은행에 돈을 맡길 때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되레 돈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사상 최저 수준 기준금리와 통화확대 정책에 따른 결과로, ECB의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이 같은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6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독일 중견은행 도이체스카트방크는 50만유로(약 6억7800만원) 이상의 예금에 대해 연 -0.25%의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은행에 돈을 맡기면 원금에서 연 0.25% 손실을 본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 6월부터 ECB가 시중은행이 ECB에 맡기는 초단기 예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일반 예금자에게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도이체스카트방크 관계자는 “ECB의 마이너스 금리 적용과 은행 간 대출금리 하락으로 비용 부담이 커져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초저금리가 예금자에게 실질적으로 타격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현금을 은행에 맡기기보다 그냥 집에 갖고 있는 게 유리한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예금금리가 독일의 대형 은행과 유로존의 다른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ECB가 당분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좀 더 본격적으로 돈을 풀라는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