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위 타이어 업체인 한국타이어는 기존의 ‘한국’이라는 브랜드로 중저가 타이어를 만들면 기업 전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라우펜이라는 새로운 중저가 브랜드를 만들었다. 세계 1위 타이어 업체인 일본의 브리지스톤도 파이어스톤이라는 브랜드로 저가 타이어를 만들어 중국산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중저가 브랜드 '라우펜' 긴급 투입
불과 2~3년 전만 해도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타이어 점유율은 한 자릿수였지만 올 들어 20%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미국과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특히 트럭 등 상용차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탓이다. 앞으로 라우펜이라는 브랜드로 상용차와 소형차 등을 공략하면 효율적으로 저가 시장을 파고들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도 ‘여재(餘在) 슬래브’로 중국의 저가 철강 제품에 대응하기로 했다. 여재 슬래브는 열연이나 후판 등을 생산하고 남은 철강재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생산 라인에서 만드는 최소 단위가 300t인데 주문량이 250이면 50이 여재 슬래브가 된다. 중국산 철강은 한국 제품보다 20% 이상 싸지만 여재 슬래브를 가공해 쓰면 가격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화장품 업체들도 중국에서 두 갈래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중국에서 중저가 화장품인 ‘더페이스샵’ 영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의 더페이스샵에서 판매하는 제품 수를 200여개에서 500여개로 늘릴 예정이다. 한류 스타로 발돋움한 인기 배우 김수현을 모델로 기용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441억원이었던 중국 더페이스샵의 매출을 올해 700억원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백화점과 면세점에선 ‘후’와 ‘오휘’, ‘수려한’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중국 부유층을 공략하고 더페이스샵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다가간다는 전략이다.

휴대폰 시장에선 이미 두 갈래 전략이 일반화돼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와 노트 같은 프리미엄 제품 외에 갤럭시A와 갤럭시 그랜드 같은 수십 개의 중저가 제품을 만들어 중국 저가폰에 맞서고 있다. 최근엔 갤럭시A 시리즈 판매에 집중하기로 했다. 비용 관리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중저가 브랜드도 교통정리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에서 샤오미 레노버 화웨이 등에 맞서기 위해 중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가형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G 시리즈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고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L 시리즈로 중저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 TV 시장의 1위,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한때 국내에서 ‘국민TV’와 ‘알짜TV’라는 저가 TV 브랜드를 만들기도 했다.

우상재 딜로이트컨설팅 상무는 “갈수록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하게 바뀌고 있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하려면 프리미엄 브랜드 외에 중저가 브랜드를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인설/최진석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