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양적완화 후폭풍] 원화가치 하락, 엔低 속도 못 따라가
원·엔 환율이 6년 만에 처음 100엔당 950원 아래로 내렸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나흘째 급락했지만 엔저 속도를 쫓아가진 못했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원90전 오른(원화가치 하락) 달러당 1076원50전에 마감했다. 지난달 29일 1047원30전이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4거래일 연속 올랐다. 올 3월25일(1079원40전)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 미국 양적 완화 종료가 결정되면서 달러 강세는 힘을 받았다. 전날 발표된 미국 제조업지표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거듭 내림세를 보였다.

하지만 엔화가치 하락은 더 가팔랐다.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 완화 소식은 이날 엔·달러 환율을 2007년 이후 처음 114엔대까지 끌어올렸다(엔화가치 하락).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은 전일보다 1원72전 내린 100엔당 949원46전(외환은행 오후 3시 고시 기준)을 나타냈다. 2008년 8월12일(100엔당 938원93전) 이후 최저치다. 서울외환시장이 끝난 직후에도 원·엔 환율은 100엔당 947원대까지 내리며 엔화 약세 행진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엔화 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유럽이 추가 완화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국 고용지표 개선도 기대된다”며 “원·달러 환율은 곧 달러당 1080원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이 1080원대(종가 기준)였던 것은 지난 3월21일이 마지막이었다. 다만 환율이 그 수준까지 오르면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가 몰리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럴 때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 원·엔 환율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