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에 목마른 자산가들이 찜했다…원금 지키고 금리 더 주는 ELB·ELD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로 내리면서 정기예금 외에는 눈길을 주지 않던 보수적인 투자자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현재 이자소득세까지 감안하면 연 1.8%대로 떨어졌다. 여기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 시대로 진입했다.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5억원 이상 개인 정기예금 잔액은 올 3월 말 17조1570억원에서 6월 말 16조7550억원, 9월 말 16조1910억원으로 점점 줄었다. 6개월 만에 1조원 가까이 자산가들의 정기예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보수적 자산가들도 이 같은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원금보존 추구형 파생상품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원금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플러스 알파’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원금보존형 ELB·ELD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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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투자자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상품은 파생결합사채(ELB)다. 중도에 해지하지 않는다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데다 정기예금보다 연 2~3%포인트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하나은행에서 내놓은 ELB는 두 달 만에 700억원어치 팔렸다. 재출시 요청이 이어졌고 지난달 들어 50억원 한도로 두 차례 내놓은 상품에도 이용자가 몰려 70억원, 73억원으로 한도를 늘려 완판했다.

신한금융투자의 롱쇼트ELB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상품은 주가연계증권(ELS)과 롱쇼트펀드의 장점을 더했다. 양도성예금증서(CD)나 채권 등 안전 자산에 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원금을 지키면서 일부 주식투자를 통해 초과 수익을 올리는 상품이다. 주식투자는 롱쇼트펀드와 마찬가지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생각되는 주식은 사고, 떨어질 것 같은 주식은 공매도하는 방식이다.

이 상품의 최소 가입금액은 1억원이지만 최근 개인 자산가들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달 말 판매잔액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상품의 원래 최소 가입금액은 10억원으로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가입했지만 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가입금액을 낮춰달라는 개인투자자들의 요구가 커져 최소금액을 낮췄다. 그만큼 원금 보장을 추구하면서도 수익률에 목마른 자산가들이 이 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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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지수연동예금(ELD)도 대표적인 원금보존 추구형 상품이다. 코스피200이나 삼성전자, 현대차 등 기초로 삼는 지수나 주가가 일정 구간 안에서 상승하면 상승폭의 일부를 수익률로 받는다.

예컨대 코스피200지수가 200인 시점에서 ELD에 가입했을 경우, 1년 뒤 지수가 220으로 10% 상승하면 상승폭의 60%인 6%의 수익률을 얻는 식이다. 원금보장형 상품인 만큼 지수가 출발선인 200보다 떨어져도 원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지수가 가입 시 정한 상한선 이상 넘어가도 일정한 확정금리가 수익률로 보장되는 상품이 많다는 점이다.

이들 상품의 원리는 보통 이렇다. 운용자금의 상당 부분은 채권, 예금 등 안전 상품에 투자해 만기 때 원리금이 최소한 원금만큼은 되도록 한다. 그리고 이자 부분만큼만 주식이나 파생상품 등에 투자한다. 원금을 보존하면서 주식이나 파생상품을 통해 ‘플러스 알파’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정기예금을 고집하던 투자자들로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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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형’ DLS와 단기채권 펀드도 주목

특정 기업의 신용도를 대상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도 ‘원금+알파’를 노려볼 만한 상품이다. 원래 원금 보장 개념의 상품은 아니지만 사실상 원금 손실의 위험이 거의 없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상품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 4대 국영은행 중 하나인 농업은행 신용도를 기초로 한 DLS는 농업은행의 파산, 채무불이행 등 ‘신용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연 2.55%의 수익을 받을 수 있다.

김영호 하나은행 대치동골드클럽 PB센터장은 “얼마 전 완판된 신한은행 정기예금을 기초로 한 DLS는 연 3.1%의 이율이었다”며 “신용도가 낮은 기업일수록 수익률이 올라가는데, 적절한 상품을 고르면 정기예금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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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만기의 단기 채권을 담아 운용하는 채권형펀드도 눈여겨볼 만하다. 짧은 만기의 채권으로 금리 인상(채권 가격 하락)에 신속하게 대비하면서 연 2.5~3%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채권형펀드는 환매수수료가 저렴해 해지하기도 쉽다. 안성호 신한은행 PWM압구정센터 팀장은 “금리가 계속 내려가면서 자산가들의 원금보장형 투자상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시대에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연기금의 운용 원칙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연기금 운용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손실은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만 발생하도록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고 △미래 세대의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적정한 수익’도 내야 하며 △연금 지급이 원활하도록 유동성도 고려해야 한다.

윤청우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골드클럽 팀장은 “이런 연기금의 운용 원칙이 바로 투자의 정석”이라며 “보수적 자산가라면 지금처럼 투자할 곳이 없는 시기에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또 롱쇼트 전략을 통해 시장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롱쇼트 전략을 쓰면 주식을 사는 동시에 팔기 때문에 위험자산인 실제 주식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채권 등 안전자산 투자 비중이 높아진다. 윤 팀장은 “주가가 오르면 매수에서 이익이 발생하고, 하락하면 매도에서 발생해 시장의 등락과 무관하게 수익을 누적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