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이 갑상샘암을 유발한다며 반핵단체들이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준비 중인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지역 주민 수십 명이 참여하기로 했다.이는 원고 모집이 시작된 지 10일 만이다. 최종 원고단은 1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여 원전 측과 반핵단체 사이의 법적 공방은 규모 면에서도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달 24일부터 집단소송 원고 모집을 한 결과 지금까지 고리원전 인근 거주 경험자 중 모두 38명이 원고 모집에 응했고, 경북 월성원전과 전남 영광원전 인근 거주 경험자 중에서도 각각 4명이 집단소송에 참여했다고 3일 밝혔다. 또 경북 울진원전 인근 거주 경험자 30여 명이 집단소송 참여의사를 밝혀와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반핵단체들은 지난달 17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일부 승소를 이끌어 낸 고리원전 인근 거주자 이진섭 씨(48)의 1심 재판 뒤 전국 원전의 방사능비상계획구역(원전 반경 8~10㎞) 내 3년 이상 거주 경험자 중 갑상샘암이 발병한 이들을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위한 원고 모집을 진행 중이다. 고리원전 관련 원고 38명은 현재 모두 부산 기장군 거주자다. 이들 중에는 부부 혹은 모자 등 가족 구성원이 함께 갑상샘암이 발병한 사례가 상당수이며, 5살짜리 아이가 갑상샘암에 걸린 사례도 있다. 또 4~5명은 고리원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근무 경험자에 대해서는 산업재해로 별도 소송을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반핵단체들은 1차 원고 모집이 마감되는 이달 30일까지 고리원전 인근 거주 경험자들만으로도 원고단 100여 명을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갑상샘암에 걸린 고리원전 인근 주민에게 원전 운영사가 손해 일부를 배상해야 한다는 1심 법원의 판결과 관련, 한국수력원자력과 피해자가 모두 항소했다. '균도와 세상걷기'의 주인공으로 부산 기장군에 사는 이진섭 씨(48)는 3일 “원전 주변에 수 십년간 사는 주민들이 갑상샘암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나 법원은 한수원의 책임을 피해액의 10분의 1만 인정했기 때문에 항소했다"고 밝혔다. 한수원도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지난달 20일 항소했다.

앞서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최호식 부장판사)는 지난달 17일 이씨 부자와 아내 박모씨(48)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박씨에게 1500만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가 원전 6기가 있는 고리원자력본부로부터 10㎞ 안팎에서 20년 가까이 살면서 방사선에 노출되는 바람에 갑상샘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피고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