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6~7일 종합정책 질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산안 심의에 들어간다. 예결위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376조원의 새해 예산안을 심의할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옛 계수조정소위) 위원 15명을 잠정 확정하고, 16일부터 30일까지 예산소위를 가동할 예정이다. 여야 모두 전문성보다는 지역 안배를 우선 고려해 지역 민원성 ‘쪽지예산’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 지역 안배 속 충북·강원 ‘홀대론’

예산소위 위원 15명 중 8명이 새누리당 몫이다. 예결위원장인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예산)과 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인천 서·강화갑) 외에 김도읍 의원(부산 북·강서을) 김희국 의원(대구 중·남) 윤영석 의원(경남 양산)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곡성) 이한성 의원(경북 문경·예천) 이현재 의원(경기 하남)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의원 2명, TK(대구·경북) 의원 2명, PK(부산·경남) 의원 2명, 충남 의원 1명, 전남 의원 1명으로 구성됐다. 당내에서는 지역 안배를 고려했지만 예산소위에 한 명도 들어가지 못한 충북·강원 홀대론도 나온다.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 호남에서 당선된 이정현 의원이 얼마나 많은 예산을 배정받을지도 관심사다. 이 의원은 선거 때 “당선되면 순천·곡성에 ‘예산 폭탄’을 뿌리겠다”고 공약했다. 당에서도 호남 지역 기반을 넓히기 위해 이 의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야, 계파까지 고려

새정치민주연합 예산소위 위원은 지역구뿐만 아니라 계파까지 고려해 짜였다. 야당 간사인 이춘석 의원(전북 익산갑)과 김현미 의원(경기 고양·일산서) 민병두 의원(서울 동대문을)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을) 송호창 의원(경기 의왕·과천) 황주홍 의원(전남 장흥·강진·영암) 홍의락 의원(비례대표) 등 7명이 예산소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이 의원은 손학규계, 김 의원은 노무현계로 분류된다. 민 의원은 김한길계, 박 의원은 김근태계다. 송 의원은 안철수계, 황 의원과 홍 의원은 비주류다. 홍 의원은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이나 전 경북도당위원장으로 경북 지역을 대표해 뽑힌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이 이정현 의원을 예산소위 위원에 포함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공무원·동료 의원 벌써부터 민원

예산소위 위원은 각 상임위원회에서 올라온 예산안 중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항목의 예산을 깎는 ‘감액 심의’를 하고, 증액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항목의 배정액을 늘리는 ‘증액 심의’를 한다. 증액은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감액은 위원들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

정부 부처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한 해 운명이 예산소위 위원들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벌써부터 국회 의원회관에는 각 부처 기획관리실장들이 예산 관련 서류를 들고 소위 의원들의 사무실을 드나들고 있다. 예결위에 들어가지 못한 의원들도 예산소위 의원들을 찾아가 지역구 예산을 늘려 달라고 부탁하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태훈/고재연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