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옥토버' 범가너, 커쇼와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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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의 도전' KC, 안방에서 눈물로 WS 마무리
범가너로 시작해서 범가너로 끝난 월드시리즈였다.
미국 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에이스 메디슨 범가너가 월드시리즈 1·5차전 선발승에 이어 최종 7차전에서 5이닝 세이브를 기록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시리즈의 시작과 끝, 그 순간 마운드 위에 서 있던 사람은 범가너였다.
범가너는 한국시간으로 30일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7차전 5회말에 구원등판, 한 점 차 아찔한 리드를 지켜내며 샌프란시스코에 여덟 번째 우승을 안겨줬다. 만년 꼴찌였던 캔자스시티의 '기적의 가을'은 범가너를 넘지 못한 탓에 눈물로 끝나고 말았다.
○WS서 홀로 2승 1세이브…21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0.43
1차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선발승을 따냈던 범가너는 5차전에서 완벽투로 완봉승을 따내며 팀이 시리즈 리드(3 대 2)를 가져올 수 있게 했다. 이날 완봉승은 2003년 당시 플로리다 말린스 소속이던 조시 베켓 이후 11년 만의 월드시리즈 완봉승이기도 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범가너 이후가 문제였다. AT&T 파크에서의 월드시리즈 일정을 끝내고 다시 원정길에 오르자마자 6차전을 0 대 10으로 내준 것이다. "다시 범가너를 만날 일 없다"고 안도했던 캔자스시티의 기대대로 시리즈의 분위기가 기우는 듯 했다. 범가너가 5차전에서 117구를 던졌기 때문에 나머지 시리즈에서의 등판 가능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부가 7차전까지 이어지자 범가너는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샌프란시스코가 간신히 리드를 잡은 4회, 불펜에서 팀 린스컴이 몸을 푸는 모습이 현지 중계 카메라에 잡혔지만 브루스 보치 감독의 선택은 범가너였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등판한 범가너는 카우프만 스타디움을 정적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부터 파죽의 8연승으로 월드시리즈에 올라온 캔자스시티에게 범가너는 저승사자와 다름없었다. 1차전에서 범가너를 만나 연승 행진이 끊겼고, 5차전에선 아무도 3루를 밟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서 캔자스시티는 4회부터 켈빈 에레라-웨이드 데이비스-그렉 홀랜드까지 이른바 '불펜 3대장'을 조기 투입했지만 방망이가 범가너에게 꽁꽁 묶이고 말았다. 9회 2사 이후 알렉스 고든이 실책을 틈타 3루까지 달려가 기적의 불씨를 살렸지만 결국 한 점 차 승부를 뒤집지 못하고 안방을 비워줘야 했다.
다만 1차전에서 범가너를 상대로 1점을 빼앗은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이 1실점은 범가너가 2010, 2012, 2014시즌 월드시리즈에서 36이닝을 소화하며 기록한 유일한 자책점이었다.
이로써 범가너는 팀의 월드시리즈 4승 가운데 3승에 모두 기여하게 됐다. 특히 2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단 1실점만을 허용, 월드시리즈 MVP에 선정되며 정규시즌에서 다승왕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에이스의 자격
이는 올 시즌 21승을 거두며 내셔널리그 다승왕을 차지한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정규시즌에서는 범가너가 팀의 서부지구 우승까지 놓치며 두 번 울게 된 반면 포스트시즌에서는 커쇼가 2년 연속으로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커쇼는 디비전십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맞아 2경기 2패 12.2이닝 11자책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다저스 조기탈락의 원흉이 됐다. 지난 시즌에도 챔피언십에서 역시 세인트루이스를 맞아 2경기 2패 10이닝 8자책점으로 부진했던 커쇼였다.
커쇼는 지난 시즌과 올 시즌 모두 벼랑 끝에 몰린 팀을 위해 휴식이 충분치 않았음에도 최종전 선발등판을 감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개인 포스트시즌 4연패와 더불어 2년 연속 탈락 경기 투수라는 불명예로 돌아왔다. 게다가 다저스가 2년간 포스트시즌에서 세인트루이스에게 당한 7패중 4패를 홀로 '담당'했을 정도로 가을에 유난히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범가는 커쇼와 달랐고 보치 감독 역시 돈 매팅리 감독과 달랐다. 샌프란시스코가 3차전을 내주며 시리즈 전적이 1 대 2로 밀리자 일각에선 1차전 선발이었던 범가너를 4차전에 등판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셌지만 보치 감독은 원칙을 고수했다. 범가너 역시 문제 없다고 밝혔지만 선발은 예정대로 라이언 보글송이 나섰다.
4차전에서 비록 보글송이 흔들리긴 했지만 경기 중반 샌프란시스코의 타선이 폭발하며 결과적으론 범가너를 아끼게 됐다. 보치 감독의 선택이 옳았던 것이다. 다음날 열린 5차전에 선발로 나선 범가너는 9이닝을 4피안타 8탈삼진으로 막고 117구 완봉승으로 보답했다.
캔자스시티에 0 대 10으로 대패를 당한 6차전이 끝나자 범가너를 7차전에 선발등판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다시 나왔지만 이때도 보치 감독은 팀 허드슨을 선택했다. 다만 범가너에겐 불펜 대기 명령이 떨어졌다.
이어진 결과는 모두가 아는 바대로다. "200개도 던질 수 있다. 언제도 나갈 수 있다"는 말은 과연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이렇게 올 시즌 메이저리그는 마지막 2,362번째 경기에서 한 사내를 전설로 만들고 막을 내렸다.
사실 범가너는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한 얼굴이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데뷔전 상대였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2013년 4월 3일 열린 빅리그 데뷔전에서 샌프란시스코를 맞아 6.1이닝 10피안타 3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당시 범가너는 8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루키 류현진에게 빅리그 첫 패를 안겨줬다. 또한 이날 류현진은 범가너를 상대했던 타석에서 땅볼을 치고 전력질주를 하지 않아 홈 관중들의 야유를 받는 아픈 경험을 하기도 했다.
한경닷컴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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