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는 30일 김모씨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 13명과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 18명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 1인당 8000만 원∼1억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총 배상액은 15억원이다.
재판부가 "배상액을 가집행할 수 있다"고 선고함에 따라 국내에 후지코시의 재산이 있다면 원고들은 이 판결문을 근거로 강제집행을 통해 배상액을 받아낼 수 있다.
재판부는 "피고가 거짓말로 나이 어린 여학생들을 속여 근로정신대에 지원하도록 하거나 강제징용해 위험한 노동에 종사하게 한 것은 일본의 불법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반인도적 불법행위"라며 "이로 인해 원고들이 받았을 고통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후지코시 측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일본에서 동일한 소송을 내 패소한 바 있기 때문에 같은 소송을 두 번 할 수 없고,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됐으며, 소멸시효도 완성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본 판결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 충돌하는 것으로 이를 그대로 승인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위반된다"며 일본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1928년 설립된 후지코시는 태평양전쟁 당시 12∼18세 한국인 소녀 1천여명을 일본 도야마 공장에 강제로 끌고 가 혹독한 노동을 시켰다.
피해자들은 2003년 후지코시를 상대로 도야마 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재판소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한국인 개인의 청구권은 포기됐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2011년 이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그러나 2012년 5월 우리 대법원에서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 피해자들이 제기했던 손해배상 소송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고, 후지코시 피해자들은 이후 국내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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