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답보상태였던 하나·외환은행 통합이 전환점을 마련하면서 대형은행 탄생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판도변화와 치열해진 은행권 경쟁 구도 등을 취재기자와 짚어 보겠습니다. 하나·외환은행 통합 기류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구요?



<기자>

그동안 2·17 합의를 근거로 하나·외환 조기 통합에 반대해 오던 외환은행 노조의 태도 변화, 여기에다 양 은행간 행정적인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지지부진했던 조기통합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우선 절차상 통합 과정 중 하나인 이사회 통합 결의가 오늘 오전에 있었는데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이사회를 개최하고 통합을 결의했구요. 이후 열린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통합 계약서에 사인을 한 것인데요.



하나금융은 다음달 초 당국 승인 절차를 위해 금융위에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일단 노조와의 대화만 잘 풀릴 경우 합의를 전제 요건으로 제시했던 금융위원회도 승인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상황인 셈입니다.



노조가 대화에 나선다고 모든 게 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외환은행 최고위 층의 말을 빌자면 사실상 통합에 근접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기자와 만나 한 말이 있는데요. 김 행장은 노조가 당시 대화에 전혀 응하지 않는 것을 성토하면서 “대화에만 나선다면 통합 제반 절차와 요건은 이르면 일주일 이내에 모두 갈무리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대화 자체를 거부하던 노조가 변화의 조짐을 보인 것은 끝까지 통합 자체를 반대하기 어려운 데다 노조 나름대로 이른바 명분, 출구전략이 필요했는 데 외환은행 측이 이에 대한 숨통을 틔어준 것이 단초가 된 셈입니다.



외환 노조 총회에 참석했던 900여명에 대한 대규모 징계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외환은행 구성원 간에도 통합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노조가 막다른 길에 몰렸는 데 외환은행이 관련 징계를 대폭 줄이기로 한 것입니다.



일단 노조에게 출구전략을 마련해 주며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고 이사회에서 통합 결의, 다음달 승인 신청서 제출 등 예열 준비는 모두 끝마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협상 테이블에 까지는 이끌어 낸 노조와 어떻게 대화를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연내 카드사 통합, 내년 초 통합은행 출범의 방점을 찍게 될 전망입니다.



<앵커>

이사회에서 통합 결의를 하는 등 형식적인 절차는 마무리 됐지만 변수는 없는 것인 지. 노사간 협상이 잘 풀리고 승인을 받아 한 집 살림을 하게 될 경우 어느 정도의 규모의 대형은행으로 탈바꿈 하는 것인 지?



<기자>

사실상 노조도 명분이나 흐름상 조기통합에 강하게 반발하거나 질질 끌기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대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얻는 방향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입니다.



굳이 변수를 꼽자면 노조가 대화에 나서기는 하겠지만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마자 이와 별개로 하나금융이 이사회를 통해 통합을 의결한 점에 반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다 노조가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는 하지만 노사 양측간 조건들이 어긋나면서 시간만 지체되고 소득없는 소모전으로 이어질 경우 금융위 승인이 예정보다 늦춰질 수도 있다는 점은 우려사항입니다.



이같은 변수만 잘 넘긴다고 가정하면 하나금융이 구상중인 내년초 통합은행 출범은 무리가 없어보이는 데요.



9월말 기준으로 하나은행은 자산이 189조원 외환은행 144조원, 9월말 현재 점포수가 각각 607개와 345개, 직원수 9천3백여명, 7천8백여명 등인데 이를 합칠 경우 당장 1위로 치고 나가는 부분이 자산 부문 외에는 없지만 각 분야별로 언제든 1위를 노릴 수 있는 사정권 안에 들게 된다는 점은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상 여느 은행 부럽지 않은 내·외형상 탄탄한 은행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인데요.



외형만 커지는 게 아니라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은행권 수익성 저하, 비용 절감 등 각종 시너지 등을 모색할 수 있어 대내외 여건 악화 속에 치고 나갈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해 진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최근 3분기 실적만 봐도 신한은행의 독주 속에, 나름 선방한 KB국민은행, 민영화를 앞둔 우리은행 등에 비해 수익 부진이 심각한 것이 하나은행, 외환은행입니다.



양 은행간 살림을 합칠 경우 일단 수천억원 대의 중복 운용, 중복 투자 등에 따른 비용 관련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수 천억원을 벌어 들여도 시원찮은 시기에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전통적으로 소매금융·PB 쪽에 강점이 있는 하나은행, 기업금융·외환에 강점이 있는 외환은행의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 되는 점은 여타 은행들이 긴장하는 대목입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나·외환은행 통합이 가시권에 접어든 것과 관련해 “은행들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며 “특히 상위권 은행들의 점유율, 고객, 영업 등에 있어서 추월 가능한 권역에 드는 만큼 지각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판세를 분석했습니다.



마이너스 요인을 지우고 플러스 요인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하게 되는 만큼 각종 금융사고와 수익저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은행권에 새로운 경쟁구도가 정립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하나금융이 구상중인 두 은행간 조기 통합, 이에 따른 시너지가 구체화될 경우 파급력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요. 은행간 영업경쟁, 판도변화 어떻게 볼 수 있는 지



<기자>

하나·외환은행 통합이 기대하는 바 대로 성사가 돼 내년 초 통합은행이 출범하게 되면 각 은행들과의 한판 승부, 영업 열전이 불가피해 집니다.



단연 앞서가고 있는 신한은행, 최근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며 리딩뱅크 탈환을 모색중인 KB국민은행, 매각 후 새로운 체질 개선으로 승부에 뛰어들 예정인 우리은행 등과의 승부가 치러지게 됩니다.



최근까지 실적만 보면 신한은행이 치고 나가며 수성을 하는 형국인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이 개별로 놓고 보면 격차가 크지만 합쳐 놓으면 간극이 크게 줄게 돼 1위 도전이 전혀 무색치 않은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원화대출 부문만 봐도 하나·외환은행 개별로는 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 등 상위 은행에 한참 못 미치지만 합칠 경우 일단 국민은행과 우리은행과의 경쟁이 가시권에 들게 됩니다.



특히 해외 네트워크의 경우 하나와 외환은 합하면 총 24개국 128개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돼 단연 독보적인 위상을 갖게 됩니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양 은행 통합 시 예상되는 비용절감액이 2천692억원, 수익은 429억 늘면서 해마다 3천121억원의 추가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3년 앞당겨진 통합의 전체 시너지는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은행권이 주목하는 대목입니다.



김정태 회장이 기자와 만나 강조했던 외환은행의 외환과 기업금융 분야의 강점과 고액자산가 중심의 프라이빗 뱅킹의 강점이 시너지를 낼 경우 외환 관련·자산 증식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들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어 이 분야의 은행간 경쟁이 재점화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여기에다 최근 당국의 복합점포 장려, 권장과 관련해 거점을 물색중인 하나·외환은행이 통합할 경우 은행·증권·보험·카드를 아우르는 영업 강화, 이에 따른 서비스 향상, 시장 지배력 강화는 다른 은행들이 우려하는 대목인데요.



이 같은 장점을 등에 업게 되는 하나·외환은행의 통합 행장의 적극적인 행보, 공격적인 영업은 너무나 자명한 것이구요.



여기에다 신임 회장이 행장을 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KB국민은행의 부활 찬가, 취임 이후 아직까지 정중동이지만 내년부터는 색깔과 특징을 내비쳐야 하는 권선주 행장의 기업은행.



연임 이슈와 관련해 적극적인 공세와 수성에 나서야 하는 서진원 행장의 신한은행과 이순우 행장의 우리은행, 최근 세 확산에 매진 중인 김주하 행장의 농협은행까지 내년 은행권은 전쟁터 그 자체가 될 전망입니다.



기존 행장들과 신진 행장들간의 성과 경쟁, 기존의 강자와 새로운 구도를 원하는 도전자 사이의 공방 등 올해 각종 이슈가 마무리되고 이후 하나·외환 통합은행이 출범하는 내년에는 은행간 치열한 진검승부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앵커> 경제팀 김정필 기자였습니다.


김정필기자 jp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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