렁춘잉 장관 지지율 추락…역대 최저

최근 저소득층과 체육계, 종교계를 비하하는 잇단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이 28일(현지시간)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렁 장관은 이날 최고집행위원회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일부 표현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을 인정하며, 이 때문에 서민층과 종교계, 체육계에 오해와 걱정을 초래한 점을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앞서 렁 장관은 지난 20일 영·미권 일부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행정장관 후보의 시민 추천을 허용하면 빈곤층이 득세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사회복지 관련 단체 등으로부터 "월 1만4천 홍콩달러(약 190만원) 미만을 버는 다수 시민을 차별하는 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렁 장관의 발언을 "군중으로부터 재벌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등 홍콩 밖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렁 장관은 지난 26일 저녁 홍콩국제공항에서 열린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선수단 귀국 환영행사에서 "경제에 이바지하지 않는 체육계와 종교계 등도 행정장관 추천위원회에 포함되는 것은 대표단 간 균형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가 체육계와 종교계의 반발을 샀다.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경륜 금메달리스트인 리와이체(李慧詩)는 "체육계와 종교계는 경제에 기여하는 것 이상으로 홍콩 사회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역사 공부를 다시 하라고 지적했다.

렁 장관이 잇단 구설에 휘말리면서 그의 지지도는 2012년 7월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홍콩중문대가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는 렁 장관 지지율은 38.6%로 종전 최저치였던 지난달의 41.4%를 밑돌았다.

현 정부를 '불신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43.3%로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렁 장관 퇴진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행정장관 선거안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의 도심 점거 운동이 이날로 31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렁 장관은 친중(親中) 단체인 '센트럴점령 반대'가 진행하는 '시위 중단 요구' 서명 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