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닥터이용원 최창국 씨 "아버지 일찍 여읜 9남매…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었죠"
“돈이 없어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저축하는 습관은 확실히 몸에 배어 있습니다. 요즘은 소득의 80%를 저축하고 있어요.”

충남 태안군에서 그린닥터이용원을 운영하는 최창국 씨(57·사진). 그는 28일 열린 ‘제51회 저축의 날’ 행사에서 국민포장을 받았다. 하루 영업이 끝나면 번 돈의 20%를 빼고 나머지를 모두 저축하는 절약정신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아끼는 습관은 기본”이라며 “몇 년 전 두 딸을 시집보내고 나니 요즘은 소득의 20%만 갖고도 생활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최씨는 저축 덕분에 든든한 예·적금 통장뿐만 아니라 이용원(1층)과 주택(2층) 건물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넉넉지는 않아도 생활에 불편함 없이 살 정도는 됐다”고 말했다.

최씨가 이처럼 절약을 실천한 것은 어려웠던 집안 형편 영향이 컸다. 4대 독자였던 아버지가 9남매를 남겨두고 일찍 세상을 떠나자 최씨는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했다. 그는 “양장점 점원과 중장비 운전기사 등 안 해본 일이 없다”며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고 전했다.

최씨가 국민포장을 받은 것은 단순히 저축을 많이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10여년 전부터 태안 일대 양로원 등을 돌며 무료로 이발 봉사를 해왔다. 한 달에 40여명이 최씨 덕분에 무료로 이발을 하고 있다.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남몰래 장학금을 주기도 했다.

최씨는 “국민포장을 받아 영광스럽다”며 “항상 곁에 있어준 아내와 함께 앞으로도 몸이 허락하는 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가운데)이 28일 열린 ‘저축의 날’ 행사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이석환(왼쪽부터), 서경석, 지선임, 김희애, 송이삼자, 구자일 씨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신제윤 금융위원장(가운데)이 28일 열린 ‘저축의 날’ 행사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이석환(왼쪽부터), 서경석, 지선임, 김희애, 송이삼자, 구자일 씨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저축의 날 행사에서는 박광식 호수축산유통 대표가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박 대표는 45년간 족발 재료 공급업체를 운영하면서 대금이 밀린 거래 업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매달 서너 차례 자원봉사를 다녔다. 박숙희 씨와 손은숙 씨도 최씨와 함께 국민포장을 받았다.

배우 김희애 씨와 방송인 서경석 씨는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두 사람은 평소 저축을 생활화하고 기부활동을 활발히 해온 점을 인정받았다. 아나운서 백승주 씨와 방송인 변정수 씨는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삼성라이온즈 프로야구 선수 장원삼 씨, 가수 김흥국 씨는 금융위원장 표창을 받았다.

이들을 포함해 이날 대통령 표창 6명, 국무총리 표창 11명, 금융위원장 표창 70명 등 모두 91명이 저축 유공자 상을 받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건전한 저축문화는 우리 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이자 금융산업 발전의 원동력이었다”며 “저축도 이제는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새로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성장·저금리 기조 등 환경 변화에 맞춰 금융회사는 예금자와 투자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새로운 상품 개발과 서비스 제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